이번 월드컵은 뒷얘기가 많지만, 독일에 간 붉은 악마들의 이야기는 기구하기까지 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비행기를 탄 회사원이 있는가 하면, 월세보증금을 빼 여비를 마련한 사람도 있다.
대부분 독일에서 응원하기 위해 축구대표팀 못지 않은 준비를 했다. 노숙은 기본이었다. 독일에서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인터넷을 통해 노숙자 클럽이 결성됐다. 이들에게는 마인강변 또는 경기가 열리는 도시의 중앙역이 보금자리였다. 공동 샤워시설을 이용하고, 화장실 사용료 1 유로를 아끼기 위해 근처 호텔에서 눈치를 보며 신세를 졌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태극전사 가까이 있으려고 노숙을 마다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교민들은 이들을 위해 차량편과 먹을 것을 제공하며 도왔다.
한 여성 붉은 악마는 한국경기가 열리기 3시간 전부터 시작할 때까지 경기장 앞 콘크리트 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다 상처를 입었다. 그녀는 스위스전을 위해 대표팀이 떠나는 날 꽃 길을 만들기 위해 3시간이 넘도록 길가의 들꽃을 꺾었다. 40대 중반의 축구팬은 일가족 모두가 독일에 왔다. 그의 아내는 직장에서 4년 동안 돈을 모은 뒤 사직서를 내고 응원 길을 함께 했다.
500만원의 월세 보증금을 모두 뺐다는 팬은 “후회는 없다”며 “덕분에 평생 하지 못 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웃었다.
프랑크푸르트(독일)=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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