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12년 연속 파업’의 기록을 세운 지난 주말, 한 시민단체가 ‘현대차 미래를 위한 제언’이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지도층 인사들의 모임인‘선진화국민회의’는 이 자리에서 정몽구 회장의 구속 장기화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차 노사를 향해“자동차산업의 국민경제적 역할이 중차대한 만큼 구성원 모두의 뼈를 깎는 개혁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 회장의 조속한 석방도 주문했다.
명망있는 인사들이 특정기업을 대상으로 공개토론회를 연 것이나 재판 중인 피의자의 석방을 촉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치적 복선 또는 현대차의 입김 등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측면이 있다 해도 이들이 지적하고 당부한 내용은 동시대인들의 걱정과 고민을 잘 반영한 것이어서 노사 당사자들이 경청할 가치가 있다.
회사가 황제경영의 폐해에 대한 반성과 혁신 없이 오너 석방에만 초점을 맞춰 충성 경쟁하듯 경영위기를 과장해선 안 된다고 꼬집은 것도 적절했다.
지금 명심할 점은 우리나라 GDP의 10%, 고용의 12%, 세입의 17%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내 세계 5위권만 살아 남는다는 글로벌 생존경쟁에서 이기려면 일본 도요타의 예에서 보듯 노사 신뢰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성명서가 경영권 세습과 비자금 조성 등 불법관행으로부터의 환골탈태와 구성원의 마음을 사는 감성경영을 사측에 주문하면서 노측에도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 등의 대승적 협력을 당부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안타깝게도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단 한 번도 조합원의 피와 땀의 대가를 제대로 분배한 적이 없다”며 오늘부터 또 단계적 파업투쟁을 벌인다. 그러나 노조는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멀리 보는 대승적 판단을 하는 게 옳다. 정 회장 석방 반대 등의 명분공세에서 벗어나 현대차를 보는 국민의 엄중하고 차가운 시선을 되돌리는 일이야말로 노조가 큰 게임에서 이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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