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재연된 6월의 함성은 진한 아쉬움을 남긴 채 잦아들었다. 축구대표팀은 염원했던 16강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불굴의 투혼을 또 한번 세계에 유감없이 과시했다. 축구 선진국들에 비해 무엇 하나 나을 것 없는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경기로 국민에게 기쁨과 자부심을 선사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축구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그 당당한 존재감을 세계 축구계에 뚜렷이 각인시킨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해외언론은 연일 우리 팀의 선전에 찬탄하면서 한국이 더 이상 세계축구의 변방이 아님을, 또 지난 4강이 결코 기적이 아니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유럽·남미의 축구열강에 비해 기술력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우리 축구가 이제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중의 대상으로 성장한 것만은 명백하다. 더 높은 도약을 위해 조기인재 육성, 여건의 개선, 저변 확대 등의 노력을 거듭 촉구한다.
이번에도 월드컵의 의미는 축구경기 이상이었다. 4년 전 월드컵이 우리 스스로에 내재된 엄청난 힘과 열정을 발견한 기회였다면, 이번 대회는 놀라운 한국적 에너지의 세계화와 국민적 자부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식 응원문화는 모두가 전범으로 삼는 세계적 문화현상으로 확산됐고, 한국인들은 국내외 어느 곳에서도 주눅드는 법 없이 범세계적 축제의 당당한 주역으로 행동하고 인정 받았다.
응원열기에 대해 획일성과 지나친 국가주의적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정치적 이념과 세대, 지역, 빈부 등 온갖 차이를 넘어 모두가 하나임을 재확인한 것만으로도 비할 바 없는 가치가 있다. 국민통합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국민적 열정과 자부심을 국가발전의 큰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또다시 남은 과제다. 4년 전의 귀중한 통합 에너지를 도리어 갈등과 분열의 기제로 악용해 소모해 버린 전례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치권의 맹성과 분발을 특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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