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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색면 추상의 대가' 마크 로스코 국내 첫 개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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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색면 추상의 대가' 마크 로스코 국내 첫 개인展

입력
2006.06.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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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붉은 색이 커다란 화폭을 꽉 채우고 있다. 가장자리는 경계가 흐릿하게 뭉개진 채 조금 옅은 빛깔로 타올라 한복판의 직사각형 빨강 덩어리를 더욱 찬란하고 쓸쓸한 섬으로 만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긁힌 자국처럼 희미한 흰 띠가 그림의 중앙에서 조금 윗쪽을 가로지르고 있다. 섬세한 영혼에 새겨진 상처의 흔적일까.

리움미술관에서 22일 시작된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 전을 찾는 관객들은 이 작품 ‘무제’(152.4 X 145.1㎝, 캔버스에 아크릴) 앞에서 마지막 걸음을 멈추게 된다. 로스코는 이 그림을 그린 1970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번 전시는 색면 추상의 대가인 로스코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그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1920년대 초기작부터 색면 추상에 몰두한 생애 마지막 20년 간의 기념비적 작업까지 시기별 걸작을 모은 회고전 형식을 띠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서 가져온 27점을 선보이고 있다. 소규모 전시지만 그의 생애 전반에 걸친 작품세계를 살필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다.

두세 개의 색채 사각형으로 대형 화면을 구성하는 로스코 특유의 양식은 1950년 무렵 성립된 것이다. 1920~30년대 구상적인 이미지의 인물과 자연 풍경, 1940년대 도시 풍경과 초현실주의풍을 거쳐 1940년대 후반부터 점차 단순하고 추상적인 색면 구성으로 넘어갔다.

그의 색면 추상 그림은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검정과 노랑, 빨강과 주황, 청록과 자줏빛, 초록과 파랑, 회색과 고동색 등 한 화면을 분할하는 색면의 조합은 정열, 우울, 신비, 회의, 순수, 절망 등 깊고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어두운 색은 심연으로 가라앉은 듯 아득하고, 밝은 색은 안으로부터 빛을 뿜으며 화면을 떠다니는 듯하다.

로스코는 색채로 숭고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나에게 색채는 비극, 환희, 파멸 등과 같은 근본적인 인간의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내 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은 내가 그 작품을 그릴 때 느꼈던 종교적인 경건함과 동일한 체험을 한 것이다.”

그의 색면 추상은 가로 세로 폭이 어른 키를 훌쩍 넘는 큰 그림이 많다. 바닥 가까이 낮게 걸린 채 보는 이로 하여금 화면 속으로 걸어 들어올 것을 요구하는 그 커다란 색 덩어리를 마주 하고 있노라면, 색채의 망망대해에 떠 있는 듯한 외로움과 두려움에 휩싸이며 거룩한 무엇을 생각하게 된다.

로스코는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열 살 때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독일에서 일어난 유대인 학살의 충격이 그로 하여금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불멸의 정신을 추구하게 했다고 본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한다. (02)2014-6901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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