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논란을 낳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의 주택담보대출 총량한도제 지침 이후 우려했던 대로 은행권의 대출창구가 막혀 버렸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대출의 신용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공문을 보냈을 뿐"이라고 발뺌하나,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은행들은 엊그제부터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이 바람에 정작 죽어나는 것은 부동산투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서민층 실수요자들이다.
금감원의 조치는 3ㆍ30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총부채상환비율'이라는 강력한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는 것에 따른 극약처방이다.
자금수요가 어떻든 앞으로 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5월 실적의 반으로 줄이라는 것이다. 사실 시중의 과잉유동성, 즉 넘쳐나는 부동자금을 방치하고서는 부동산시장 안정은 요원하다. 그렇다 해도 마침내 은행권 대출창구를 직접 규제하는 대표적 반시장적 카드까지 꺼내든 정부를 보면 비판에 앞서 딱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한술 더 뜨는 것은 정부 지시에 화들짝 놀라 아무런 예고 없이 돈줄을 끊어 버리는 은행권이다."정부가 저토록 눈을 부라리는데 우린들 별 수 있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고객과의 약속이나 신뢰를 천금처럼 귀중하게 여겨야 할 은행들로선 참으로 몰염치한 짓이다.
시중은행들은 얼마 전에도 한국은행이 부동산시장 거품 등을 지적하며 콜금리를 인상하자 '정책협조'라는 명분 아래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대출 가산금리까지 덩달아 올렸다. 꿩먹고 알먹는 기회주의적 속성을 드러낸 것이다.
어쨌든 당장 이 달에 주택을 담보로 새집 구입자금이나 생활자금을 빌리려고 계획했던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달 한도를 소진한 은행도 잔금이나 전세금반환 등 긴급한 자금은 본점 승인을 얻어 대출해주고 7월부터 주어진 한도에서 대출이 재개될 것이라지만 항상 골탕먹는 쪽은 서민층이다. 이번엔 정부와 은행이 한 편이 됐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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