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치열했던 전투상황이 되살아나는 듯 합니다.”
창군 이후 우리나라 해군 최초의 단독 해상전투였던 대한해협 해전의 승전 신화를 창조했던 전쟁 영웅들이 그날의 역사적인 현장에 다시 모였다.
23일 오전 9시 부산 중구 영주동 중앙공원 대한해협 전승기념비 앞에서 해군 3함대사령부 주관으로 열린 ‘제56주년 대한해협 해전 전승 기념행사’에는 한국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600톤급) 승조원 22명이 참석했다.
대한해협 해전은 1950년 6월 25일 저녁 600여명의 무장병력을 싣고 부산 해역에 침투하던 북한군의 1,000톤급 무장 수송선을 백두산함이 격침시킴으로써 전후방을 동시에 전장화하려던 북한의 기도를 사전 봉쇄하고 해상통제권을 장악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전투.
행사에 참석한 노병들은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남쪽으로 멀리 펼쳐진 그날의 치열했던 격전의 현장을 내려다보면서 감회에 젖었다.
백두산함 갑판사관이었던 최영섭(78ㆍ당시 소위) 예비역 대령은 “인민군 특공대 4,000여명이 강릉으로 상륙했다는 정보를 받고 출동하다 부산 앞바다에서 북한 무장 수송선과 조우, 교전을 벌였다”면서 “총탄이 빗발치고 우리 조타실이 폭파되는 상황에서도 동료들이 용감하게 싸워 적선을 격침시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씨는 “무장 수송선에 탄 인민군들의 목표는 부산 점령이었다”면서 “만일 당시 부산이 점령됐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대한해협 해전이 6ㆍ25의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전용사들도 “우리 국민들이 벌써 6ㆍ25를 잊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고귀한 희생들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먼저 간 전우들의 호국정신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기원했다.
박정화 해군 3함대사령관은 “김일성이 전쟁 개시 후 3주 내 남한을 점령하고자 했던 당초 계획이 백두산함 때문에 좌절됐다”며 대한해협 해전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기념식을 마친 참전용사와 가족들은 해군 3함대 초계함을 타고 당시 격전의 현장인 대한해협을 찾아 전사한 전우들의 넋을 기리며 해상헌화했다.
부산=박상준기자 s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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