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가 아프리카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가나는 23일 열린 독일월드컵 E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리, 2승1패(승점6)로 이탈리아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8위의 가나는 2위 체코를 2-0으로 격파한데 이어 5위 미국마저 누른 것이다.
16강 티켓 하나를 놓고 싸우는 가나와 미국의 경기는 처절한 체력전이었지만 가나는 체력과 정신력 뿐 아니라 지략마저 앞섰다. 승리는 앙골라 등 다른 아프리카국가들이 선전하면서도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라 더욱 빛났다.
죽음의 조를 헤치고 나온 가나의 앞길은 험난하다. 16강 맞상대가 세계 최강의 브라질이다. 개인기와 스피드는 브라질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경험 부족과 허술한 조직력이 부담이다. 그러나 가나 대표팀의 라토미르 두이코비치 감독은 브라질을 물리치고 8강에 진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월드컵 처녀 출전국인 가나는 서부 아프리카 기니 해변에 있는 1인당 소득 400달러의 빈국이다. 영국은 가나의 해변에 금을 모아 본국으로 실어갔다. 그래서 식민지 시절 이름이 골드코스트. 인접한 코트디브와르에서 상아를 가져가던 것과 같은 이치다. 수년간의 독립전쟁 끝에 1957년 아프리카 식민국가로서는 처음 독립을 쟁취했다. 초대대통령 웅쿠르마는 제3세계 비동맹진영 지도자로 이집트의 나세르,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 뒤 4차례 군사쿠데타가 발생하는 등 독재가 계속됐지만 2000년4월 선거에서 민선정부를 수립, 아프리카 민주화 바람을 선도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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