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느닷없는 창구지도로 대형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큰 낭패를 보게 된 대출 희망자들이 외국계 시중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
2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22일과 23일 사이 외환ㆍ한국씨티ㆍSC제일 등 금감원의 지도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외국계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경기 분당, 용인, 수원 영통 등 최근 대출 수요가 많은 지역의 지점들로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지를 묻는 문의전화가 평소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며 "실제 대출까지 이어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례적으로 다른 은행과 계약을 맺고 있는 대출모집인이나 공인중개사의 문의가 많아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도 "용인, 분당 등 지역 지점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부쩍 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고 전했다.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론을 판매중인 주택금융공사측도 "최근 대출관련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한쪽을 누르니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로 해석하고 있다. 주거래은행의 대출이 막히자 다른 시중은행 등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부서 관계자는 "당장 사정이 급한 수요자들이 다른 대안을 찾아나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단골 고객을 뺏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당국의 규제로 뒤통수를 맞은 소비자들의 항의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은행의 호언장담을 믿고 계약까지 마친 예비대출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날 금감원 홈페이지에는 계약금을 날리게 생겼다는 사연이 다수 올라왔다. 고모씨는 "20일 대출신청을 하고 23일 집행하기로 했는데 유예기간도 없이 22일 갑작스레 대출중지라고 하다니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냐"며 "금감원의 규제가 법적으로 타당한지 묻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다음주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22일 대출이 안된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한 시민은 "다시는 열린우리당과 금감원을 믿지 않겠다"고 분노했다.
은행과 당국에 대한 소송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관행에 따라 은행측의 구두약속을 믿고 계약을 했다 어그러진 경우 계약파기 책임을 물으려면 계약성사 여부를 따져봐야겠지만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김중회 부원장은 23일 기자실을 찾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공문을 발송하고 은행 측에 강력하게 지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에 직접적인 영업제한은 없었다"며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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