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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쁜 얼굴보다 소중한 '밝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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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쁜 얼굴보다 소중한 '밝은 얼굴'

입력
2006.06.2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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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고 한다.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 가운데 얼굴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표정이 밝은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짐작을 하고, 표정이 어두운 사람을 보면 무슨 일이 있느냐는 안부를 묻게 된다.

얼굴의 밝고 어두움이 사람의 내면을 투영해 준다는 점에서 종교적인 제작물에서도 얼굴 주위의 광채를 강조하는 것이나,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하여 밝은 표정을 연습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최고의 화두는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아름답고 예쁜 얼굴만큼이나 밝은 얼굴은 매력적이다.

2004년 4월부터 삼성서울병원과 삼성화재 그리고 한국일보는 안면 기형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수술을 해주는 '밝은 얼굴 찾아주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고로 화상을 입었거나, 선천성 두개안면골에 기형이 있는 사람, 귀가 작거나 없는 사람, 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진 선천성 구순구개열, 얼굴 좌우측이 비대칭인 사람, 턱이 없어 보이는 무턱, 주걱턱, 흔히 혹이라고 불리는 혈관종이 얼굴을 뒤덮은 사람, 그리고 커다란 검은 점이 얼굴을 덮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아름다운 얼굴 찾아주기가 아닌 밝은 얼굴 찾아주기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예쁜 얼굴은 수술적인 의사의 술기로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밝은 얼굴은 타인에 의한 인위적인 것보다는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환자 중에 한쪽 볼 대부분에 혈관종이 있는 중년 여성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서 흉하다고 손가락질을 해서 50대를 넘어 슬하에 자녀가 장성한 지금까지 얼굴에 두른 수건을 잠자리에서조차 시원하게 걷어내고 지내지 못했다고 했다. 수술 한 달 가량이 지난 후 수건으로 가리지 않고 외래에 경과를 보러 왔을 때 그분의 웃는 표정을 보는 순간 '아 이것이 밝은 얼굴이구나' 라고 새삼 깨달았다. 그분은 방에 처음으로 거울도 들여놓았다고 말씀하시며 웃었다. 밝은 얼굴은 명운이 따른다고 했다.

그 동안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여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선정된 230여명 중 현재 165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새로운 얼굴을 가지게 됐다.

감사와 희망이 밝은 얼굴을 만든다. 의술은 인술이라고 했다. 우리의 관심으로 그분들에게 준 것 역시 인술을 통한 정과 베품이 아니었을까?

수술을 기다리는 사람 중에는 10년 형을 받고 교도소에 복역중인 상태로 수술을 신청한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은 세상이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는 것을 느껴 이후 장기기증을 약속해 아름다움을 이어가고 있다.

생김새가 훌륭하다고 마음가짐을 아무렇게나 해서는 인격을 투영할 수 없으며 아름다움마저 제대로 표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야기가 환자들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도 아름다움을 받쳐주는 것이 바로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 표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밝은 얼굴 만들기는 일생을 통한 수행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를 '우리'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모두를 향한 따뜻한 관심일 것이다. 월드컵의 열기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는 2006년 여름, 혹 주변에 우리가 외면한 혜택받지 못한 안면기형 환자가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오갑성ㆍ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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