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위기의 대응책과 해법을 놓고 미 공화ㆍ민주 양당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정권인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전 장관이 22일 북한 미사일 발사기지에 대한 정밀 선제타격을 주장한데 대해 공화당 인사들은 오히려 ‘외교적 해법’을 견지, 양당의 시각차는 정점에 달했다.
페리 전 장관은 이날 애시튼 카터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워싱턴포스트에 낸 공동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대포동 2호의 연료를 빼내고 격납고에 도로 집어넣기를 거부할 경우, 이를 선제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리 전 장관은 1999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를 일부 반영, 북한 핵 및 미사일 위기에 대한 주고받기식 포괄 해법을 담은‘페리 프로세스’를 입안한 장본인이다.
페리의 접근법이 민주당 내에서 돌출적인 것은 아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이날 “미국에 대한 핵공격 잠재성을 방치할 수 없다”며 “선제타격은 고려해 봐야 할 선택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북 강경론을 주도했던 딕 체니 부통령은 오히려 “다른 나라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려면 분명히 단 ‘한방’을 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며 “페리 전 장관의 충고는 고맙지만 대북 선제공격은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대북 무력사용 가능성을 놓고 대북 강경ㆍ온건을 가르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민주당이 공화당에 비해 대체로 온건한 대북정책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도 선입견일 수 있다.
북미간 양자협상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화ㆍ민주 양당은 서로 엇갈린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최근“평양에 고위급 대통령 특사를 보내야 한다”며 부시 행정부에 양자협상을 촉구했다. 민주당 전체로 볼 때 양자협상과 선제공격은 모순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주고받기식 협상이 실패할 경우 더 가혹한 대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합의사항의 다자적 보장 및 감시를 중시, 북핵 6자회담만을 유일한 대화통로로 고집하고 있다.
이날 미국 상원은 국방권한법안(국방예산안) 수정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 미국의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새로운 고위급 특사의 임명을 요구했다. 수정안이 법으로 발효되려면 하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상원 민주당측 관계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5년간 북한을 등한시한데 대한 실망감을 반영하는 내용”이라며 “이 기간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확장했다”고 주장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이 법의 발효 후 60일 이내에 고위급 대통령 특사를 미국의 대북조정관으로 임명해야 한다.
이는 1998년 북한의 1차 미사일 위기 때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 8개월에 걸쳐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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