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머니게임에서 졌다.”
독일월드컵 E조 3차전에서 이탈리아에 0대2로 패한 뒤 체코 팬들이 내뱉은 말이다. 동유럽 축구팬들의 정서를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었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는 동유럽과 서유럽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유럽 대륙에서 만큼은 축구실력이 경제력에 비례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개최국 독일을 비롯해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스웨덴, 스페인 등 서유럽의 경제 강국들은 나란히 16강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체코와 크로아티아, 폴란드,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등 동구권 국가들은 하나같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들 국가들은 유럽 지역예선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월드컵 본무대에서 부진이 더욱 안타깝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축구의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세계축구는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이탈리아 세리아 A,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샹피오나 등 서유럽에 집중돼 왔다, 천문학적인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동구권 국가의 선수들도 하나같이 4대 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했다. 자연스럽게 동구권 국가들의 축구 성장기반은 사상누각마냥 약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내놓은 보너스만해도 경제력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스페인과 잉글랜드, 독일 등은 우승상금 외 별도의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지만 크로아티아와 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들은 우승배당금을 나눠 준다는 계획만 발표했을 뿐이다.
크로아티아의 스라스코 부타딘 기자는 “국내리그는 재정이 열악해 젊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없다”며 “현재 동구권 국가들의 문제는 빅리그에 뛰는 주전들과 국내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기량차이가 크다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던 크로아티아와 2004년 무서운 공격축구로 유럽 축구강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체코가 월드컵에서 몰락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다.
우승까지 기대했던 체코 팬들의 눈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16년의 지나도록 성장의 열매를 얻지 못한 동구권 국민들의 눈물이기도 했다.
함부르크(독일)=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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