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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이헌재와 모피아

입력
2006.06.2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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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세제와 금융을 양손에 쥐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자 막강한 경제권력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움직이는 두 축은 삼성과 재경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예산을 잡고 있는 기획예산처나 모든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위원회도 한때 재정경제원이란 한 울타리에서 살았던 같은 식구들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과거 재무부 출신을 중심으로 한 금융정책 관료들은 최고의 엘리트라는 찬사를 듣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폐쇄적인 인맥으로 금융계를 장악해 모피아(Mofia)라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모피아는 과거 재무부의 영문 약자(MOF)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이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그 모피아의 두 얼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외환위기 직후 금융감독위원장으로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지휘하며 스타로 떠오른 그는 DJ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재경부 장관을 두 번이나 역임했다.

경제관료 출신 가운데 그만큼 능력을 인정 받으며 막강한 힘을 발휘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개발의 대명사로 1969년부터 74년까지 재무부 장관을 지내고 곧바로 78년까지 4년 5개월간 최장수 경제부총리를 지낸 남덕우 전 총리가 있을 정도다. 5공 시절에는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부총리를 능가하는 힘으로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이 있어 가능했다.

● 권력의 절제 보족이 부른 수난

이헌재의 힘은 권력이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이 전임자들과 달랐다. 높은 식견과 실물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 과감한 추진력을 널리 인정 받았다는 뜻이다. 2004년2월 그가 부총리로 복귀하자 증권가에서는 ‘이헌재 효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성장론자이자 시장주의자로 코드가 통하지 않는 그에게 경제정책을 맡긴 이유도 바로 시장의 신뢰 때문이다.

그렇게 경제를 호령하던 그가 검찰의 칼날 앞에 서 있다. 검찰이 계좌를 샅샅이 뒤지고 출국금지가 내려져 범죄혐의자 취급을 받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검찰 수사가 그를 겨냥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그가 수사대상자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더욱이 재경부에서도 가장 유능하고 청렴한 관료로 꼽히던 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과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경부 전체가 부패집단으로 비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이 전 부총리 더 나가 모피아가 지금 처한 수난은 권력의 자기절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많은 권력을 가질수록 자기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하고 권력남용과 부패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근신해야 하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다. 그런 점에서 금융계에 ‘이헌재 사단’이라는 용어가 나도는 것은 실체 여부를 떠나 그의 잘못이다. 지금 이헌재 사단이 도마 위에 오른 까닭도 그 일원을 자처하고 다닌 김재록 때문이 아니던가.

그를 부총리 자리에서 끌어내린 재산문제도 그렇다. 2000년8월 재경부 장관에서 물러나 다시 부총리로 복귀할 때까지 3년 6개월동안 그의 재산은 25억원에서 86억원으로 불어나 논란이 됐다. 2003년 그가 외환은행으로부터 받은 10억원의 대출은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 시절에 그는 또 국민은행 고문 자격으로 매달 500만원을 받은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명확한 불법행위가 드러난 적은 없지만 자기 주변 관리에 철저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 통렬한 자기반성 있어야

요즘 재경부는 과거의 화려했던 위상은 사라지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고 한다. 그 모든 책임은 재경부 자신들에게 있다. 남을 탓하기 전에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부처로서 재경부의 중요성과 관료들이 남다른 능력과 사명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재경부의 변신과 분발을 기대한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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