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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선글라스를 쓴 개' '뻥'을 들킨 허풍소녀의 구세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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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선글라스를 쓴 개' '뻥'을 들킨 허풍소녀의 구세주는?

입력
2006.06.2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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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를 쓴 개

지나 모디아노 글ㆍ김화영 옮김/비룡소 발행ㆍ6,500원

아이들의 이상(異狀)행동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특히 부모의 무관심은 아이들에게 언젠가 자신이 외톨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이런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하며 일탈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프랑스 작가 지나 모디아노의 ‘선글라스를 쓴 개’에 나오는 허풍쟁이 소녀 모데스트도 마찬가지 경우다. 그녀의 부모는 모데스트를 하숙집에 홀로 맡겨 놓고 식도락 안내서를 쓰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닌다. 그녀는 외로운 현실을 숨기려고 온갖 종류의 거짓말, 사기, 허풍 떨기를 동원해 동료들의 주목을 받는 인기스타로 떠오른다.

이런 식이다. “우리 부모님은 말야, 통 만날 수가 없는 분들이야. 예술가들이라서 전 세계로 여행을 다니거든. 나야 리츠 호텔에서 혼자 살지.” “다가오는 내 생일날, 나는 비행기 한 대를 전세 내서 우리 부모님의 엄청 큰 성으로 너희들 전원을 초대할 생각이야.” 하지만 일단 목적이 달성되면 사는 게 시들해져 일부러 퇴학을 당한다. 유치원 때부터 학교를 백 번도 더 옮겨 다녔다.

어느 날 방과 후 금발 여자 애들 패거리가 모데스트를 몰래 따라가 지금까지 그녀가 한 말들이 모두 ‘뻥’이었음을 밝혀낸다. 절망에 빠진 모데스트 앞에 선글라스를 쓰고 신문을 읽는 희한한 개 마르셀이 등장한다. 자신도 ‘허풍쟁이 병’에 걸린 적이 있다는 마르셀은 그녀에게 “가장 완벽한 엉터리 거짓말보다 진실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잖아”라고 말해 준다.

어린이 문맹 퇴치 등의 목적으로 제정된 프랑스 크로크리브르 상을 받았다. 문학평론가인 고려대 김화영 교수의 번역이 톡톡 튀듯 생동감 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우리 사투리식 표현도 등장한다. “너희 어무이는 입술에 립스티크 처발라 가 학교 댕기도 못 본 체 가만 내삐리 두나?” 대상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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