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35), 김행숙(36), 황병승(36). 이들 세 시인이 구축해 온 문학의 개별적 풍경에도 불구하고 그 세 이름에서 떠올리게 되는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새롭고 낯선’ 무엇으로 뭉뚱그려지기 쉽다.
신선하고 또 그래서 불편한 이들(이들 세 시인 뿐 아니라 이들의 경향에 닿아있는 시인들의 총칭)의 시는, 자신들의 다르고도 같은 문학적 목소리를 통해 오연한 소수로서 우리 주류 시단의 오랜 언어와 문법에 함께 맞서왔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시에 대한 옹호와 비판의 선명한 엇갈림과 그 반향으로 하여 보다 일찍,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껏 대체로 문단의 ‘객체’였다. 그들의 시는 평가(옹호든 비판이든)의 객체였고, 이들은 그 평가의 메커니즘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독자적인 채널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제 이들이 독자와의 직접적인 채널과 문학의 터를 얻게 됐다. 창간 4주년이 된 시 문예지 계간 ‘시인세계’의 편집위원(임기 2년)이 된 것이다.
이남호(고려대) 김혜순(서울예대) 교수와 발행인인 김종해 시인이 편집 자문위원으로 참여하지만 특별한 사안에 한해 관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문학세계사 관계자는 말했다. 70년대 초반 생들인 이들이 편집위원을 맡음으로써 ‘시인세계’는 국내에서 가장 젊은 이들이 만드는 문예지가 됐다.
이들은 올 ‘가을호’(제17호)부터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내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야 직(職)을 맡아,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색채를 드러내는 것은 ‘겨울호’부터나 가능할 전망이다.
“변화가 없다면 의의가 없겠지요. 새로운 감각에 맞는 참신한 기획과 고정물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강정, 황병승 시인)
‘시인세계’가 구축해 온 그간의 경향-전통 서정시풍-이 이들로 하여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변화할지, 또 이들의 새로운 문학이 이 터전에서 어떤 색채와 위세로 꽃을 피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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