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전이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이라는 승자를 탄생시키고 일단락됐다.
승부수는 역시 입찰가였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지분 72.1%를 6조6,000억원대에 인수하는 조건을 제시, 5조원대 후반~6조원대 초반을 제시한 경쟁사들을 따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가격을 가장 높게 써내고 탈락된 적이 없던 전례를 다시 한번 확인해준 셈이다.
인수 후보 기업의 건전 경영과 중장기 발전 전망 등 비가격 부문과 일종의 도덕성 평가인 ‘감점’ 부문의 경우에도 금호아시아나가 좋은 점수를 받은데다가 배점 비중도 낮아 경쟁업체들의 ‘역전’ 카드가 되기는 어려웠다.
금호아시아나 임직원들의 노력도 중요한 승리 요인이었다. 지난 2월 ‘아름다운 기업’을 표방하면서 그룹 이미지 제고에 앞장선 박삼구 회장과 금호산업을 업계 순위 16위에서 9위로 끌어올린 신 훈 부회장은 인수전 승리를 위한 하드웨어를 제공했다.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설치된 신규사업팀의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과 5명의 팀원들은 실무작업에서의 1등 공신들로 평가받고 있다.
자산 규모 5조9,780억원의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의 품에 안김에 따라 재계의 판도도 재편될 전망이다. 추가 실사와 본계약 등 인수 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총액은 12조9,820억원에서 18조9,600억원으로 증가하며 재계 순위도 11위에서 8위로 껑충 뛰어 오르게 된다.
재계를 대표하는 10대그룹 클럽에 가입하게 되는 것. 또 건설교통부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 2위인 대우건설과 9위인 기존 건설계열사 금호산업을 동시 보유하게 돼 업계에서도 최상위권의 위상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숙제도 적지 않다. 우선 6조6,000억원까지 상승한 인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부분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가 자체 조달한 금액은 2조원 정도로 알려져 있고 나머지는 금융사 등 재무적 투자자에 의존하고 있어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경영권 확보 지분(50%+1주)을 제외한 잔여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약 종결일 이후 매수한 주식의 ‘50%+1주’는 2년 동안 팔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잔여 지분에 대해서는 매각 금지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노조의 움직임도 변수다. 노조는 이번 발표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정밀실사 거부, 매각중지 가처분신청 제기, 입찰가 사전 유출 경위 조사 및 관련자 검찰 고발 검토 등의 대응책을 밝히는 등 금호아시아나의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측은 “대우건설의 가치와 그룹내 항공, 타이어, 화학, 물류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며 “대우건설의 상호를 유지하고 전 종업원의 고용을 승계할 계획인 만큼 노조의 반발도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은 또 잔여 지분 매각과 이로 인한 주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한 채 “대우건설과 금호아시아나의 파트너십이 양 사의 성장 전망을 더욱 높인다는 평가가 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M&A는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M&A를 주관했던 캠코는 예상보다 많은 공적자금 회수라는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입찰 자격 및 ‘감점제’ 도입 등 과정에서의 특혜 시비와 입찰가 사전 공개, 발표 일정과 관련한 혼선 등은 향후 M&A 과정에서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혁 기자 hyukk@hk.co.kr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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