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코트디부아르 C조 조별리그 3차전(22일)에서 코트디부아르 보나방튀르 칼루가 후반 41분 페널티 킥을 성공하며 3-2 역전하는 순간,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드라고슬라브 예브리치(32) 골키퍼는 주저 앉고 말았다. 3경기서 허용한 10번째 골로 조별리그에서‘가장 많은 골을 내준 골키퍼’라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유럽지역예선 10경기(4승6무)서 단 한 골만 허락하며‘최고의 골키퍼’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였기에 치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르헨티나전서 내준 6골은 옛 유고슬라비아 때 이후로 한 경기 최다 실점. 팀은 동유럽의 맹주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꼴찌(3패)로 예선 탈락했다.
하지만 그가 더 가슴 아픈 까닭은 이 날 경기가 어쩌면 그에게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될 지 모른다는데 있다. 예브리치는 이번 대회가 끝나면 몬테네그로 선수가 된다. 반면 함께 뛰었던 21명은 세르비아 국적이 된다. 옛 유고연방이 1991년 해체되면서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신유고연방을 만들었고, 2003년 느슨한 형태의 국가연합을 창설해 이름을‘세르비아-몬테네그로’라 했다. 그러데 몬테네그로가 지난 달 국민투표로 독립을 결정, 이번 대회가 끝나면 두 집으로 갈라선다.
그런데 두 집 사정이 너무 다르다. 세르비아 축구 대표팀은 홀로서기에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몬테네그로는 형편이 어렵다. 무엇보다 선수가 너무 부족하다. 2008 유로 예선은 건너 뛰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을 노린다고는 하지만 실력차가 너무 커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도 없다. 때문에 예브리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 누구보다 승리에 대한 집념이 강했다.
하지만 팀 상황은 안팎으로 어수선했다. 감독이 자신의 아들 두샨을 대표팀에 발탁하자‘정실인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첫 경기 네덜란드전에서 수비 위주로 경기한 것이 패인으로 지적 받으며 마테야 케주만 등 간판 선수들이 감독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2패를 당하자 협회는“마지막 경기에서‘대충 플레이’할 경우 벌금을 물리겠다”는 황당한 협박으로 선수들 사기를 꺾어버렸다. 세르비아-몬테니그로는 이렇게 월드컵에서 쓸쓸히 그 이름만 남기고 사라져갔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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