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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월드컵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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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월드컵 단상

입력
2006.06.2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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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회는 지리학 시간이다. 먼 곳의 국가들이 TV를 통해 불현듯 집안으로 들어선다. 낯선 국명과 인종도 많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유럽ㆍ인구 1,065만)는 옛 유고슬라비아 땅에 세워진 국가다. 그러나 월드컵 직전 몬테네그로가 다시 분리ㆍ독립했다.

코트디부아르(서아프리카ㆍ1,732만)와 트리니다드토바고(카리브해 연안ㆍ110만) 등은 더 귀에 익지 않다. 우리와 같은 조인 토고(서아프리카ㆍ542만)만 해도 대회 전까지는 그런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다. 현재 유엔 가입국은 191개국에 이른다. 작은 국토와 인구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오지에서 32개국만 다투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그 나라 선수들이 퍽 장해 보인다.

▦ 월드컵 경기장은 커다란 화원 같다. 선수와 응원단의 피부색은 달라도 모두 당당하다. 어느 꽃밭에도 미운 꽃은 없다. 소박하고 기품 있고 화려하고 유혹적인 꽃들이 저마다의 특색으로 아름다울 뿐이다.

국가(國歌)의 선율도 각기 웅장하거나 씩씩하고, 선수들의 유니폼은 다채롭다. 월드컵은 인종 간 뜨겁게 경쟁하면서도 흔쾌히 어우러지는 축제다. 경기장은 지구를 하나의 스포츠로 녹이는 용광로가 된다.

▦ 월드컵은 평소 얼굴 보기 힘들던 식구들도 한 자리에 불러 모은다. 또한 외로운 가족과 가족을 한데 뭉치게 하고, 동네와 동네가 합쳐 거리 응원을 펼치게 한다.

젊은 연인들에게는 붉은 옷 차림에 머리에는 뿔 장식을 달고 거리로 달려가게 한다. 때 맞춰 한국에 관광 온 외국인도 서투른 한국말로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게 한다. 우리도 언제쯤 축구 실력을 키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목이 쉬도록 외쳐 보려나. '붉은 악마'가 되어 대리 만족이라도 해 보자.

▦ 월드컵은 세계전쟁이 될 수 없다. 전쟁의 무모함을 일깨워주 거나 오히려 싸움의 충동을 잠재우는 가상의 전쟁놀이이며, 세계평화다. 축구에 패배하더라도 승리를 앗아 간 상대국에 대한 미움은 미구에 사라진다.

한국 때문에 본선에 못 나가는 것 같던 중국은 어느덧 한국의 선전에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영원한 라이벌 같던 일본이 처절하게 패할 땐 우리 가슴 한 쪽이 아프다. 하여, 월드컵은 이웃 나라들을 보다 가깝게 만들고, 먼 나라에 대해서는 따스한 이해를 심어 준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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