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이 미사일 발사 위협을 앞세우면서까지 요구하고 있는 북미 양자간 직접 협상에 대한 거부의사를 거듭 분명히 했다.
조지 W 부시 정권이 북미 양자협상을 금기시하는 것은 빌 클린턴 정권 시절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한데서 비롯된다. 클린턴 정권은 1994년 북한의 핵 폐기 대가로 경수로를 제공하고 관계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타결했으나 이후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비밀 핵개발에 나서 양자 협상의 무용성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부시 정권이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는 북한 핵 위기는 국제적 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는 다자적 문제이기 때문에 6자회담이 가장 적합한 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 정권 내 정책결정 구조를 살펴보면 양자 협상 거부는 어떤 일관되고 논리적인 근거에 의하기보다는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등이 주도하는 독선적 정책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악의 축’과는 절대로 직접 협상으로 대가나 보상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완고함이 실제 이유라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북한의 미사일 위기 조장이 부시 정권 내 강경세력의 입지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이 최근 또 다른 악의 축인 이란과의 협상의지를 밝힌 데서 알 수 있듯이 북한과의 양자협상 거부정책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북한과의 양자 협상을 촉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도 부시 정권의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무기력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