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정치로 바람잘 날 없었던 열린우리당에 탈(脫)계파 바람이 불고있다. 5ㆍ31 지방선거 참패에 충격을 받은 의원들이 탈계파를 표방하며 경쟁적으로 무당파 모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존 대권주자 중심으로 움직였던 바른정치실천연구회’(정동영계), ‘민주평화국민연대’(김근태계) 등 계파모임과 달리 이번에는 평범한 초ㆍ재선 의원들이 중심에 나서고 있다. 당의 진로가 불투명해지면서 홀로서기로는 정치적 생존이 쉽지않다고 보고 함께 뭉쳐 집단적 활로를 찾아보려는 절박감도 엿보인다.
시발점은 당내 초선들의 최초 모임인 ‘처음처럼’이다. 조정식 최재성 김교흥 이기우 의원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초선 의원 19명은 지난 13일 정치적 동일체를 선언하며 출범식을 가졌다.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는 물론 중도파까지 섞인 이들은 19,20일 5ㆍ31 지방선거결과에 대한 평가회를 하며 공통분모를 키웠다. 모임을 주도한 조정식 의원은 21일 “당이 어려운 상황이라 개인의견을 앞세우면 자중지란이 벌어진다”며 “현안에 대해 의견을 모아 그때그때 지도부에 전달해 반영토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인 15일에는 전병헌 의원 주도로 10여명이 참여한 또 다른 초선 모임이 생겼다. 이들은 첫 모임에서 “싸가지 정당” “국가경영 능력도 없이 재집권해 뭐하겠냐”는 등 원색적 자성을 쏟아냈다. 이들은 곧 당헌ㆍ당규개정, 당의 진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2차 토론모임도 열 예정이다.
초선모임이 활발해지면서 그간 독자적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던 40대 재선의원들의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김부겸 오영식 임종석 이종걸 의원 등 11명은 지난 주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연설 취소사태가 터지자 대책모임을 열었다. 과거 단순한 친목모임이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치적 성격의 모임으로 자연스레 변한 것이다.
20일에는 각계 전문가를 자처하는 의원 26명이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의원모임’을 출범시켰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임시대표를 맡았고 이근식 서혜석 이상경 장복심 조성태 채수찬 의원 등 학계와 전문관료, 법조계, 약사 출신 등 분야별 전문가 26명이 참석했다. 간사를 맡은
이종걸 의원은 “우리당에도 각계의 숨은 인재와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며 “정책자료집 발간 등 오로지 민생을 위한 정책전문가모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앞으로도 2~3개의 모임이 더 생길 전망”이라며 “당의 대선전망이 옅어지면서 정계개편 등 향후 국면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원들의 생존몸부림”이라고 분석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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