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 가능한 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는 8만6,1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의 7만1,000명보다 21.3%(1만5,100명) 증가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난해 54.7% 급등한 코스피지수가 주된 원인이었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가 공동 조사해 21일 발표한 ‘2005년 세계 부유층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고액 순자산 보유자(HNWI)는 뉴욕 인구의 절반인 870만명이다. 이들이 보유한 전체 투자자산은 미국 경제규모의 두 배인 33조3,000억 달러. 전년에 비해 백만장자 숫자는 6.5%, 보유자산은 8.5%가 증가했다. 백만장자가 450만명이던 1996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HNWI는 기본 주거용 주택을 제외하고 남는 투자 가능한 순금융 자산이 100만 달러를 넘는 부자들을 말한다. 투자자산이 3,000만 달러를 넘는 ‘초고액 순자산 보유자’인 거부(巨富)들은 전년보다 10.2% 증가한 8만5,4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일부는 아시아 남미 중동에 투자해 재미를 봤지만 대부분은 북미와 유럽에 투자해 수익률은 미미했다.
백만장자 증가율은 인도(19.3%), 러시아(17.3%), 남아프리카공화국(15.9%), 인도네시아(14.7%), 홍콩(14.4%), 사우디아라비아(13.5%), 싱가포르(13.4%) 등이 높다. 주가상승과 고유가가 이들 국가의 백만장자를 급증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메릴린치는 “경제성장과 자본시장이 새 부자 탄생의 두 축인데 아시아ㆍ태평양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중국의 부자는 6.8% 불어난 데 그쳐 높은 경제성장세에 비해 증가폭이 작았다. 미국 역시 6.8% 증가세에 머물렀는데, 이는 S&P500 지수가 3%밖에 오르지 않은 미국 증시에 자산의 76%를 투자한 탓이다.
지역별 백만장자 숫자는 북미 290만명, 유럽 280만명, 아시아 240만명 순이다. 남미와 중동은 각각 30만명, 아프리카는 10만명으로 나타났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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