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長江)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이 같은 ‘냉혹한’ 자연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20대 초반의 샛별들이 한때 세계 축구계를 호령하던 노장들을 밀어내며 눈부시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의 축구 스타일이 과거 보다 더욱 강철 같은 체력을 요구하는 ‘체력 축구’로 변모하며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는 노장의 몰락은 아쉬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트 사커’의 대명사인 지네단 지단(34ㆍ프랑스)과 ‘축구황제’ 호나우두(30ㆍ브라질)의 몰락은 안타까울 정도다. 98년 프랑스월드컵을 제패했을 때 지단은 ‘대통령 지단’이었다. 하지만 은퇴를 번복하고 출전한 이번 대회에선 초라함 그 자체였다. 우려했던 체력적인 부담을 그대로 드러내며 중원을 주름잡던 과거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특히 한국전에선 체력과 스피드, 개인기의 한계를 드러냈고, 결국 후반 막판 교체되며 팔에서 빼낸 보호대를 바닥에 팽개치는 장면을 연출해 ‘아트 사커’의 몰락을 보여줬다.
배 나온 ‘축구황제’ 호나우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과체중 논란과 함께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로 고개를 떨궜다. 2002년 대회까지 총 12골로 이번 대회에서 게르트 뮐러의 통산 월드컵 최다골(14골)을 갈아치우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지만 이전 2경기에서 골 사냥에 실패했다. 더욱이 체력이 떨어지며 2경기 모두 후반 중반 호비뉴로 교체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이 같은 노장들의 급속한 퇴진은 최근 축구 전술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축구는 과거 30년 전보다 3배 이상의 활동을 요구하는 ‘체력 축구’로 전화되면서 노령에 따른 체력저하가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장 스타들의 급속한 몰락 만큼 샛별들의 급부상은 더욱 눈부시다. 페르난도 토레스(22ㆍ스페인) 리오넬 메시(19ㆍ아르헨티나) 루카스 포돌스키(21ㆍ독일) 아르연 로번(22ㆍ네덜란드) 아사모아 기안(21ㆍ가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1ㆍ포르투갈) 등 20세 안팎의 신예들이 골 퍼레이드를 펼치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엘리뇨’ 토레스는 20일 튀니지전에서 2골을 몰아넣어 무적함대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대회 총 3골을 기록,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ㆍ4골)와의 득점왕 경쟁을 가동시켜 최고의 신예로 주목을 받고 있다.
포돌스키도 20일 마침내 월드컵 첫 골을 터트리며 ‘전차군단’의 3연승을 이끌었다. 넓은 시야와 폭발적인 스피드, 천부적인 골 감각으로 현재 독일대표팀 사령탑인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의 후계자로 지목 받고 있을 정도다. ‘왼발 돌파의 달인’로번도 단 두 경기를 통해 네덜란드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네덜란드가 ‘죽음의 C조’를 탈출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맹활약 덕분. 로번은 2경기에서 8개의 슛에 4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고,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첫 경기에서 감각적인 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토토넘의 마틴 욜 감독은 그를 가리켜 “20~30년 만에 2~3명 정도 나올 만한 선수”라고 극찬할 정도다. 호비뉴(22) 역시 브라질의 영광을 이어갈 ‘영건’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직 골 맛을 못봤지만 2경기에서 호나우두의 교체멤버로 투입돼 빠른 몸놀림과 감각적인 드리블로 찬사를 받았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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