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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익숙한 이 목소리는? '스타들 애니 더빙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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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익숙한 이 목소리는? '스타들 애니 더빙 붐'

입력
2006.06.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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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뜨냐고? 애니메이션에 물어봐~.”

스타들이 대거 애니메이션 더빙 쪽에 몰리고 있다. 일부 아동용 더빙판을 제외하고 자막판 상영이 일반적이었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국내 스타들의 목소리 연기에 힘입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해 송강호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마다가스카’의 더빙판이 크게 히트하면서 시작된 스타들의 애니메이션 더빙은 이젠 전문 성우와 자막판의 존재마저 위협할 정도다. 한국어 더빙은 그동안 유치하다는 이유로 관객의 외면을 받아왔지만 이젠 스타들의 목소리 출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의 성공 법칙으로 굳어지고 있다.

애니 더빙에 스타 마케팅 붐

스타들이 더빙을 맡은 애니메이션은 올해에만 무려 4편에 달한다. 강혜정, 김수미, 임하룡 등이 출동한 ‘빨간 모자의 진실’은 지난 봄 이들이 출연한 영화 ‘도마뱀’‘맨발의 기봉이’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인지도 면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또 현재 상영 중인 황정민 신동엽 주연의 ‘헷지’도 보아의 목소리 연기 데뷔로 주목을 받으며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다음달 개봉 예정인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는 댄스그룹 SS501의 김형중이 월간 활어낚시 표지모델 출신인 미녀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상어와 싸우는 주인공 물고기 파이 역을 맡은 데 이어 전 멤버가 조역으로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호통 개그로 ‘제 8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개그맨 박명수가 파이를 괴롭히는 상어 토로이 역을 맡았으며, 모레노 심판을 패러디한 CF로 뒤늦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탤런트 임채무도 파이를 도와주는 스승 네리사 역으로 출연해 정통 연기파로서 갈고 닦은 실력을 과시했다.

똥이 에너지원이 된 미래사회의 소동을 그린 국산 성인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도 류승범, 임창정, 현영, 신해철을 앞세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스타 마케팅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목소리 자체가 히트 상품인 만능 엔터테이너 현 영과 ‘사생결단’ ‘가족의 탄생’ 등을 통해 가장 자주 스크린에 얼굴을 비치는 류승범이 B급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속 캐릭터에 자신들의 이미지를 덧씌우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목소리 캐스팅은 인기의 척도

몸짓 없이 목소리만 출연하기 때문에 연기력이 캐스팅의 가장 중요한 결정요소지만,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스타성도 그에 못지않은 필요충분조건이다. 황정민, 류승범, 강혜정 등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들이며, 보아와 SS501은 영화의 주 관객층인 어린이와 젊은 세대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가수들이다. 박명수와 임채무, 김수미도 개그 프로그램과 광고, 시트콤 등을 통해 거둔 현재의 돌연한 인기가 아니었다면 캐스팅 물망에도 오르지 못했을 인물들이다.

‘파이스토리’를 배급하는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가수 개그맨 등 전문 연기자가 아닌 경우 성우들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관객의 흥미나 인지도 면에선 비교할 수 없이 큰 효과가 있다”며 “스타들이 기존의 이미지를 활용해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도 더빙을 통한 현지화(Localize) 전략과 맞아 떨어지는 스타 출현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부담없는 연기 데뷔, 자연스런 홍보 기회

스타들 입장에서도 목소리 연기는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가수들의 경우 부담없이 연기자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이며, 개그맨들도 더빙을 통해 연기자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할 수 있다. 보아는 단 몇 장면에 출연한 ‘헷지’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까지 밟았고, 본격적인 연기활동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더빙을 통해 노리는 효과 중 하나는 미국적인 캐릭터와 영화 분위기를 한국적으로 현지화하는 것. 이 과정에서 출연자들에겐 자연스런 홍보 기회도 주어진다. 치킨점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박명수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 파이를 “이 먹다 버린 치킨아”라고 부르고, 본인의 이름을 이용해 “싸움의 명수는 누구?”, 자신이 불렀던 노래 제목 ‘바다의 왕자’를 이용해 “가장 멋진 바다의 왕자는 누구?” 같은 대사를 애드립 형식으로 쏟아낸다. 박명수가 최근 히트시킨 유행어 “이건 제8의 전성기야” 같은 대사도 빠지지 않는다.

임채무도 “너희 같은 놈들은 진작에 퇴장감이야” “반칙하면 퇴장이야” 같은 대사를 통해 광고 속 모레노 주심의 이미지를 환기하며, 극중 인물들도 “SS501 팬클럽 창단식에 늦겠어” 같은 대사를 통해 출연진을 적극 홍보한다.

더빙판 상영이 대세

‘슈렉’ ‘신밧드-7대양의 전설’ 등이 히트하던 1~2년 전만 해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자막판과 더빙판 비율은 10대3 정도로 자막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최근 종영한 ‘빨간 모자의 진실’이 100% 더빙판만 상영하는 대담한 모험에 성공하면서 더빙판 상영 비율은 급증하고 있다. 브루스 윌리스 등 할리우드 스타가 출연한 ‘헷지’도 자막과 더빙을 동수 비율로 내걸고 있으며, ‘파이 스토리’는 시사회 후 더빙판에 대한 극장주들의 선호가 높자 아예 100% 더빙판 상영을 검토 중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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