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과 관련, 지상배치 미사일 요격시스템을 시험 상태에서 실전 태세로 전환하는 등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워싱턴타임스 등 미 언론은 20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국방 관리들을 인용, “미국은 북한 미사일이 실제 발사될 경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요격시스템을 가동시켰다”고 전했다.
이 요격시스템은 미국이 지난 20여년에 걸쳐 910억 달러를 쏟아 부으며 개발에 나선, 미사일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방어(MD)체제를 의미한다. MD 시스템에 의한 북한 미사일 요격이 실행에 옮겨질 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나 시스템을 가동시켰다는 것 자체에서 북한의 ‘도발 행동’에 대한 미국의 강경기조를 읽을 수 있다.
미국의 MD 구상대로라면 조기경보 정찰위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즉시 동해 등에 배치된 미 최첨단 이지스함의 스파이-1 레이더와 알래스카 및 캘리포니아 MD 기지의 강력한 레이더가 미사일을 추적, 격추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미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작전센터 컴퓨터는 레이더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취합, 알래스카 및 캘리포니아 기지에 최종적인 요격명령을 하달한다.
현재 지상발사용 요격 미사일(PAC3)은 알래스카 기지에 9기, 캘리포니아 기지에 2기가 배치돼 있다. 이와 함께 동해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미 이지스함도 자체적으로 스탠더드 미사일인 SM-3를 발사,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미국의 미사일 요격에는 국제적 제약 뿐만 아니라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 북한은 태평양 공해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요격조치는 국제사회에서 과잉 대응이란 논란과 또 다른 긴장고조 행위라는 비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요격이 실패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미국은 2002년 10월 요격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으나 이후에는 2005년 2월의 시험을 포함, 세 차례의 추가 시험발사에서 모두 실패한 전력을 갖고 있다. 미 전문가들이 실제 요격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MD 체제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면 군수산업체들은 상당한 호황을 맞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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