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벽 속에 뭔가 살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 행상을 하는 어머니와 살아가던 아이는그 요정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밥 먹듯굶던 시절, 요정 덕에 아이는 누구보다도풍요로왔다. 그렇게 세상을 알게 되고, 즐거운비밀과 함께 성숙해 갔다.
1950년대의 치열한 이념 싸움에 말려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 등 누구도 말해 주지않던 진실은 요정을 통해 아이에게 전승됐다.
배우 김성녀는 일인극‘벽 속의 요정’으로 그 외롭고도 아름다운, 그러나 견고한 고독을 되살려낸다.
원작은 이념 대결로 빚어진 스페인 내전이 배경이지만, 지극히 한국적으로 재구성했다.
좌우익의 대립 속에서 반정부 인사로 몰리게 된 아버지가 극심한 이념 대결에 쫓겨 벽속에 숨어 살게 된 것이다.
극단 미추의‘벽속의 요정’은 간판 스타 김성녀의 최대치를 끌어내 보이는
일인극이다. 꼭 1년 전인 2005년 6월 초연돼 그 해 예술상, 평론가 선정 우수 연극 등굵직한 연극상을 휩쓴 무대가 다시 온다. 연극상 3개를 석권한 데 대한 감사의 자리이기도 하다.
우리 구전 민요와 러시아 민요‘스텐카라친의 노래’ 등 귀에 익은 선율들이 극을엮어 가는 주요 모티프로 제시돼 친근감이 훨씬 더 하다. 이연수 등 5명의 배우가 인형을 조종해가며 연기, 무대가 한결 풍성해진다. 현재 중앙대 국악대 음악극과학과장이기도 한 김성녀가 들려주는 풍성한 민요의 세계는 이 무대가 선사하는 커다란 덤이다.
후쿠다 요시유키 작, 손진책 연출. 7월 6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화^목 오후 8시, 수^금 2시 8시, 토 3시 7시, 일 3시. (02)747-5161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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