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정기국회 폐회 이후 일본 정국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퇴임 모드로 돌입하는 양상이다.
9월 임기만료로 물러나는 고이즈미 총리는 내정에서 사실상 손을 놓은 채 29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 전념하려는 모습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미일 관계를 유지해 온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자신의 총리직 총결산 무대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21일 그 동안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미국측과 서둘러 합의하는 등 양국간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비 마다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부시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려는 듯 고이즈미 총리의 체면을 최대한 살려줄 계획이다. 정상회담 기간 중 부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고이즈미 총리를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택에 직접 안내하기로 한 것이 상징적인 이벤트다. 고이즈미 총리는 프레슬리의 열광적 팬으로 알려져 있다.
차기 총리를 노리는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들은 본격적인 레이스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安倍三晋) 관방 장관을 비롯한 후보들은 오랜만에 국회에서 벗어나 물밑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민당은 물론 일본 사회가 선거 분위기로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는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주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이 제기한 국회 회기 연장 요구를 일축하면서 뚜렷해졌다. 중요한 임무는 대부분 달성했다고 자부하는 고이즈미 총리는 일찌감치 퇴임 무드를 조성해 포스트 고이즈미 레이스를 포함한 향후 정국을 즐기려는 것 같다. 우정개혁관련법과 행정개혁추진법을 성립시키는 등 중요한 정치적 업적을 달성한 그는 20일 이라크 주둔 육상자위대의 철수를 전격적으로 결정해 차기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 퇴임 준비를 착착 진행해왔다.
한국 입장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마지막으로 터트릴지 모르는 ‘야스쿠니(靖國) 폭탄’이 걱정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주변 인사들은 “총리가 5년 전 취임 때 내세웠던 ‘8ㆍ15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공약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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