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1일 연원영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김유성 전 대한생명 감사, 이정훈 전 자산관리공사 자산유동화부장(현 자금회계부장)을 전격 체포하고 이들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현대차 부채 탕감 비리와 관련해 이들을 오전 8시께 체포해 조사 중”이라며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22일 늦게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002년께 현대차 계열사인 아주금속공업과 위아의 부채를 탕감해 주는 대가로 각각 수천만~수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고구마 줄기 캐듯
이로써 현대차 부채 탕감 과정에서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ㆍ체포된 금융권 인사는 자금 전달자인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를 포함해 8명으로 늘었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차는 부실기업인 아주금속공업과 위아의 채무를 탕감 받기 위해 김동훈씨를 로비스트로 내세워 2001년 7월부터 2002년 6월까지 41억6,000만원을 건넸다. 김씨는 이 중 6억원을 자신의 몫으로 챙기고 35억6,000만원을 채권 금융회사와 금융당국 관계자들에게 건넸다.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이성근 산은캐피탈 대표, 하재욱 전 산업은행 팀장,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이 김씨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연씨 등 3명도 김씨를 통해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당시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 대한생명 등은 아주금속공업과 위아의 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선까지 가나
검찰 주변에서는 현대차 로비자금을 받은 인사가 더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동훈씨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재판에서 “10여 군데에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김씨의 주장대로라면 지금까지 구속ㆍ체포된 7명 외에 적어도 3~4명은 더 있을 수 있다. 김씨가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35억6,000만원 중 15억원 안팎의 사용처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김동훈씨의 진술로 또 다른 금품수수 혐의자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사법처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체포된 연원영씨는 청와대 비서관과 옛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를 지냈으며, 김유성씨 역시 재정경제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연씨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경기고 후배이기도 하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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