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과 미국의 연례 정상회담이 21일 열린다. 테러와의 전쟁, 이란 핵, 통상문제 등이 주요 의제다. 국제사회 현안으로 급부상한 북한의 미사일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EU의 순번제 의장국인 오스트리아 볼프강 쉬셀 총리,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EU의 빅3인 영국 프랑스 독일의 정상은 참석하지 않는다. 정상회담은 “미국의 독주를 막자”는 과거의 EU 분위기에 비해선 다소 협력 기조에 맞춰진 모습이다. 부상하는 중국, 러시아를 공동으로 견제하려는 분위기로 풀이된다.
그러나 AP통신은 빈 정상회담 직후 헝가리로 향할 부시 대통령의 유럽방문은 이라크 전쟁 등에서 빚어진 인권문제로 인해 빛이 바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규모 반미 시위대는 물론 EU의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요구에 직면해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를 주문할 부시 대통령으로선 전례 없이 높아진 반미정서의 해법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EU 간에 이견이 거의 없는 이란 핵문제, 에너지 안보, 지적재산권 보호 분야에선 공조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란 핵 문제의 경우 EU는 29일까지 서방의 협상안에 대해 이란이 답변할 것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서도 공동대응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회담에서 가짜 음반과 CD, 의약품 등을 단속하기 위한 지적재산권 보호공조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짝퉁’에 대한 본격 대응인 이 협정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과 EU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국제규격의 공조 문제도 비중 있게 다룰 예정이다. 중국은 주요 산업부문에서 별도의 국제규격을 요구해 통상장벽을 쌓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양측은 러시아 등 자원부국에서 거세지는 민족주의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한다.
양측 간에 견해 차가 가장 큰 통상분야에서 절충점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바로수 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미국이 테러와 안보문제를 내세워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며 공격수위를 올렸다. 특히 전체 교역량의 2%에 불과하지만 파급력이 큰 농업부문에선 보조금 축소에 대해 타협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의 차별적 비자 정책도 EU의 불만 사항이다. EU의 10개 신규 회원국 가운데 슬로베니아를 제외한 폴란드 헝가리 등에 무비자 입국을 거부하는 미국에 대해 EU는 정면 대응을 경고, 비자전쟁도 우려된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이견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긴밀히 대처한다는 선에서 양측이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그동안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에 대해 배출 축소를 의무화한 교토의정서 서명을 요구해왔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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