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6월 25일이면 한국전쟁 56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남과 북이 나누어진 것은 냉전체제하 강대국들의 임의적 결정이었다. 그러나 1950년 한국전쟁은 강대국들이 시작한 것이 아니다. 물론 당시 소련의 묵인과 함께 전쟁에 대한 지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전쟁은 분명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일성의 결정으로 시작되었다. 전쟁의 목적은 한반도의 공산화 통일이었다.
● 남북교류의 문제점들
북한군의 침입에 파죽지세로 밀려 내려오던 한국군이 다시 반격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을 포함한 16개국 UN군의 참전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3년여를 끌던 전쟁은 1953년 7월 미국과 북한간의 휴전협정에 의하여 중단되었다. 그래서 한반도는 현재 국제법상 전쟁이 종결된 상황이 아니라 휴전상태이다.
새삼스럽게 해묵은 이야기를 다시 하는 이유는 최근의 남북관계를 바라보며 의아한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분단된 남한과 북한이 한 민족으로서 마음을 열고 함께 통일을 논의하자는 명분에 대하여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현재 민족공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교류에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으로부터 시작된 남북간의 민족공조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햇볕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김일성 사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식량 부족으로 수백만명이 죽어나가는 위기적 상황에서 김정일 체제를 지속하게 해 준 일등공신이 햇볕정책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다음 수혜자는 남북관계 진전의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탄 김대중 전대통령이다. 그리고 남북간 화해 무드로 인하여 전쟁의 위협에서 멀어진 남한의 대중들이 그 다음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북한 인민들은 남북공조로 인하여 어떠한 혜택을 받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와 관련한 두번째의 문제는 민족공조의 주체 또는 대상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햇볕정책을 시작한 김대중 정부나 현재의 노무현 정부는 남한 국민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하여 세워진 정부이니 남한 국민들의 대표자이다. 북한의 김정일 정부는 어떠한가? 김일성 주석의 사후 최고권력자의 자리를 세습한 김 국방위원장과 그 정부는 과연 북한의 민중들을 대표하고 있는가? 백번을 양보하여 현실적으로 북한 정부를 구성하고 있으니 그들의 대표성을 인정한다 하자.
그렇다면 김정일 정부는 북한 대중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들을 위한 정치를 펴고 있는가? 아니면 세습된 권력과 소수 집권층의 이익만을 위한 정부인가? 우리 정부가 민족공조를 강조하면서 북한 인민들을 배제한 채 소수 집권세력들과의 공조에 몰두하고 있다면 이것이 진정한 민족공조일까?
● 공조 대상은 2,200만 북한 주민
셋째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북한 집권세력의 의도도 무엇인지 냉정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 열린 6ㆍ15 남북공동선언 6주년 행사에 참석한 북측 대표는 출발 전 평양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한반도는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는 위협적 발언을 하였고, 광주에 와서도 문제의 발언에 대하여 진실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강변하였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민족공조의 본질에 대하여 곰곰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를 적대상황으로 되돌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공조 대상은 소수 집권세력이 아니라 2,200만 북한 대중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남북교류의 수혜자 역시 다수 북한 대중들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훗날 역사의 냉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서경교ㆍ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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