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선 모습은 황당하고 혼란스럽다. 매각을 주도했던 두 기관은 외환은행이 부도에 직면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으며, 부실을 과장해 헐값으로 팔았다는 감사의 요지를 모두 반박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피감기관이 이런 저런 이유로 해명ㆍ반박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면 부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매각 논란의 핵심은 당시 외환은행이 서둘러 매각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그래서 감사원 감사는 이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 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감사 결과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 곤혹스럽다.
재경부와 금감위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두 기관의 반발은 국가 최고 사정기관인 감사원의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감사원이 “늘 해왔던 군색한 변명에 불과해 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고 한가한 반응을 보인 점은 부적절하다. 감사 결과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발표대로라면 재경부와 금감위 등 금융감독당국이 멀쩡한 국책은행을 짜여진 각본에 따라 외국계 펀드에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결론이 아닌가. 감사원은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감사원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감사결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공개해야 마땅하다. 정책 판단의 잘잘못에는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매각 과정의 사실관계까지 엇갈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앞으로 있을 검찰 수사에서는 이런 부분의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 검찰의 수사는 위법성 여부에 국한되는 한계가 있지만 국민적 의혹 해소 차원에서도 폭 넓은 수사를 기대한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외환은행, 금융감독당국, 매각 주간사 사이의 석연치 않은 커넥션과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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