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경영 공백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적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추진해 온 국내ㆍ외 대형 프로젝트들이 정 회장 부재로 표류하며 심각한 경고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자동차 관련 산업 역량 결집을 통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와 국내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해온 일관 제철소 사업은 발등에 불이 붙은 상태다. 일관 제철소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인 철광석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확보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정 회장은 당초 다음달 중남미를 방문, 세계 최대의 철광석 공급업체와 장기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철광석의 안정적인 확보는 물론 하반기로 잡혀 있는 일관 제철소 기공식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제철의 일관 제철소 사업은 5조원을 투자, 연산 350만 톤의 고로 2개를 건설하는 것으로 4조원 이상의 수입 대체와 20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자동차 해외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먼저 10억(약 1조2,100억원) 유로를 투자, 2008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인 현대차 체코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현지 주민 설명회, 환경보전 대책 수립, 각종 공정 추진을 위한 주정부 인허가 신청 등이 원래 일정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4월 착공 예정이던 기아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역시 기공식이 무기 연기된 데 이어 공장건설을 위한 현지법인 설립, 주재원 파견, 현지 시공사 및 대행사 선정 등이 모두 미뤄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세계 최고 품질 달성 효과도 반감됐다. 최근 발표된 2006년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현대차는 토요타, 벤츠, BMW 등을 추월, 고급 브랜드를 제외한 일반 브랜드 순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21일 시상식에 정 회장이 불참, 행사 자체가 썰렁해질 전망이다. 품질 제고의 비결로 정 회장이 직접 주재해온 '비교품질회의'도 개점휴업 상태다.
월드컵 효과도 빛이 바래고 있다. 월드컵 공식후원 업체인 현대차는 독일월드컵에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전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정 회장이 개막식 등 각종 공식행사에 불참, 기대 만큼의 홍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독일 월드컵의 경기장 로고 노출과 차량지원 등을 통해 모두 9조원의 브랜드 홍보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 회장 공백에 따라 월드컵 효과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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