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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新~牧民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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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新~牧民官"

입력
2006.06.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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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온통 월드컵 열기로 덮인 요즈음 축구 아닌 얘기를 꺼내기가 머쓱할 지경이다. 태극 전사들이 독일에서 전해주는 감동의 드라마는 우리를 그렇게 축구의 마법에 빠져들게 한다. 이 열정, 이 기쁨이 계속될 수 있다면. 그러나 언제까지 마법에 걸려있을 수 만은 없다.

10일 앞으로 다가선 민선4기 지방자치의 출범도 우리가 월드컵 마법에서 깨어날 때 맞게 될 현실 중의 하나이다. 원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4년간 이어질 지방자치의 실험이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차지 않다. 게다가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치러진 5ㆍ31 지방선거의 결과는 도입 11년째를 맞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계를 드러냈다.

월드컵의 열기에 묻혔지만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당선자 34명이 16일 지방자치의 의미를 새기게 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신목민관(新牧民官) 선언'이다.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개설한 '시장학교'의 1박 2일 과정을 수료한 이들의 자기 서약이라 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이 녹아 있는 선언의 핵심은 청렴, 봉사와 헌신, 주민 참여를 위한 러더십 확립으로 모아진다. 배우지 않아도 생각할 수 있는 덕목들이지만 업무 인수에 바쁜 당선자가 과외 수업을 마다 않은 일 자체가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3가지 덕목의 중요성이 선명해질수록 신목민관들이 헤쳐가야 할 현실의 벽은 높아 보인다. 여당의 무능에 대한 분노의 폭발과 표 쏠림 현상에 밀려 부각되지 않았지만 후보 공천 과정의 뒷돈 거래는 위험 수위를 넘었다. 공천을 위해 돈다발을 건넸다면 재임 중 보충하고자 하는 유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주민을 위한 봉사의 다짐도 자칫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 지역에 대한 이해와 정책보다는 중앙 정치의 바람이 대세를 가르면서 지역구 의원이나 정당의 입김은 한층 세졌다. 희망제작소의 박원순 상임이사는 "재선 생각을 버리면 재선 너머가 보인다"고 일깨웠지만 4년 뒤 공천을 염두에 둔 단체장과 의회 의원의 눈높이가 아래보다는 위로 향할 여지가 많다.

주민 참여를 통한 다양한 의견의 수렴은 지방자치가 구현해야 할 기본 과제이다. 하지만 낮은 투표율에다 그나마 특정 정당에 집중된 투표 성향은 주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통합의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무엇보다 단체장의 독주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 두 개 이상의 정당이 광역 의회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곳은 충남(한나라당ㆍ국민중심당)과 전북(열린우리당ㆍ민주당)뿐이다. 민선 3기 때보다 정도가 더 심해졌을 뿐이라지만 이번엔 견제와 균형의 구도가 아예 무너졌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신목민관들의 선언이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주문은 그래서 더 절실하다. 지방자치 구현을 위한 환경이 험악할수록 극복의 의지는 강고해야 한다. 미들 필드를 장악하려는 태극 전사들의 압박보다 더한 투혼이 필요하다.

"떠난 지 오랜 뒤에 다시 그 고을을 지날 적에, 백성들이 반갑게 맞아서 국과 도시락 밥에 가득하면 말몰이꾼도 빛이 난다." 다산의 뜻을 좇으려고 출발점에 선 시장학교의 이수자들이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목청껏 응원을 보낸다.

"대~한민국", 아니 '신~목민관! 짜자작 짝짝!"

김승일 사회부장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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