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시·도 외국어고 지원 금지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9일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상당수 외고들은 “교육 현실과 맞지 않는 무리한 시책”이라고 반발하면서 공동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아이를 위해 외고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할 판”이라는 학부모들의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지 학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과 부산 지역 외고의 경우 해당 거주지 학생들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조만간 시ㆍ도교육감 회의를 열어 외고 거주지 조정 방안을 통보하고 관련 규정을 고치도록 지시할 예정이어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대다수 외고 격앙. 일각에서는 "수용해야"
20일 외고는 격앙된 분위기였다. 이 방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한 데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한 외고 교장은 “외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면서 당사자들로부터 한마디 의견도 듣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고들은 교육부가 이번 결정의 주된 배경으로 내건 ‘설립목적 위배’라는 논리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낮은 대학 어문계열 진학률을 비정상적인 외고 교육으로 단정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서울 대원외고 관계자는 “규정대로 외국어 수업시간을 운영하고 있고, 주요 과목 공부는 학생들이 대입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국 29개 외고 대표자 모임인 외고교장협의회는 곧 회장단 회의를 갖고 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외고 주변에서는 ▦지원 금지 규정 재논의 ▦최소 3년간 시행 유보 등의 대정부 건의가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를 놓고 외고 간 유ㆍ불리 전망도 대두됐다. 다른 시도 출신이 최고 50%에 가까운 서울 지역 외고는 서울 출신 학생들의 진학 기회가 넓어진 반면 서울 우수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경기 한국외대 부속고는 울상이다.
■ 학부모·교원단체는 부정적
학부모들은 이 방안이 학생의 학교 선택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측은 “외고에서 기숙사를 세워 학생들의 지역간 교류를 돕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느닷없이 지원 지역을 제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의 반응도 달갑지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외고 학생을 지역 단위로 뽑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발표된 게 문제”라며 “2008학년도 대학입시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밀어붙이기는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교육부 "지원 제한 않는 것은 직무유기"
교육부는 반발 기류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후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상당수 외고 출신 학생들이 법대나 상경계열 등 비어문계열로 진학해 설립목적에 어긋나는 데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적인 외고 설립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도 이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자체 계획 대로라면 앞으로 100개가 넘는 외국어고가 새로 생겨나게 되고, 이렇게 되면 고교 교육은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부작용을 알면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다만 광주 충남 울산 강원 등 외고가 없는 4개 시ㆍ도는 지금처럼 전국단위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 외고가 들어설 경우 지원 금지 규정을 따라야 한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