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를 맞으면서까지 거리응원을 해야 하나.’
24일 새벽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가 가려지는 스위스전을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선수들의 부상이나 경고 누적이 아니다. 이날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야외 응원을 계획했던 12번째 태극전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나갈까 말까
대학생 이모(23ㆍ여)씨는 아직 응원장소를 결정하지 못했다. 교내 잔디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야외 응원이 장마 예보로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함께 응원하기로 했던 기숙사 친구들도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다. 이씨는 “서울광장은 너무 멀고 학교에서 하면 그나마 나가 보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다”며 “친구들과 좀더 의논해봐야 겠다”고 말했다.
비가 얼마나 내릴지도 관심사다. 자영업자 김모(32)씨는 “비가 퍼부으면 아무래도 밖에 나가기 곤란하겠지만 적당히 내리면 뭐 어려울 것 있겠냐”며 “일기예보가 틀린 적도 많기 때문에 일단 23일 밤까지 지켜본 뒤 응원장소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불편한 응원은 싫다
거리 응원은 선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극장 호프집 체육관 등 대형스크린이 설치된 곳이 널려있는 만큼 실내에서도 월드컵의 생생한 감동을 충분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원강사 정모(30)씨는 일찌감치 동네 호프집으로 응원장소를 정했다. “사고도 많고 사람들로 북적대는 거리 응원은 웬지 부담스럽다”며 “비 맞을 걱정 없이 술도 한잔 기울이고 친구들과 얘기도 나누면서 편안하게 경기를 감상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응원 아니냐”고 반문했다.
비가 오는 김에 그냥 집에서 응원하자는 사람들도 많다. 주부 강모(42)씨는 “괜히 밖에 나가서 고생할 것 없이 가족끼리 도란도란 모여 응원하는 것도 좋지 않느냐”며 “중학생 아들이 친구들과 거리 응원에 나선다고 하길래 손사래 치며 말렸다”고 말했다.
●빗 속이라도 좋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만큼 무조건 밖에 나가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24일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것도 한 몫을 했다.
유학 준비생 최모(29)씨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나갈 생각이다. 최씨는 “워낙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그 동안 후텁지근하고 답답했는데 비가 시원하게 내리면 오히려 상쾌하고 기분도 좋지 않겠냐”며 “다음 달 유학 가기 전에 마지막 젊음을 아낌없이 불태울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24일은 학생들의 놀토(쉬는 토요일)여서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부담 없는 날이기도 하다. 회사원 김모(39)씨는 “마침 학교도 쉬는 날이라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집 근처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나갈 생각”이라며 “우비를 입고 응원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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