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노회한 테크니션들이 현란한 패스워크로 숨통을 죄어오면 박지성(25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응급조치가 시작됐다. 19일(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젠트랄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조별리그 G조 한국-프랑스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박지성의 별명이 왜 ‘산소탱크’인지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박지성은 쉴 새 없이 뛸 뿐 아니라 상대의 압박으로 호흡 곤란이 발생한 곳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연결된 단 한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했다. FIFA 테크니컬스터디그룹이 그를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로 뽑은 이유다.
▲다시 피를 돌게 한 박지성의 패스
전반전 박지성은 왼쪽 윙포워드 자리에서 뛰었다. 한국은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비에라, 말루다, 지단 등 프랑스의 미드필더들은 강한 압박으로 공간을 장악했다. 전반전 슈팅수 7(프랑스)-1(한국)의 절대적인 열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후반전 박지성이 그라운드의 중심에 서자 구석구석에 포진한 태극전사들에게 피가 공급됐고, 경기 흐름이 한국쪽으로 넘어왔다.
남서울대학교 스포츠영상분석실 집계결과 후반전 박지성의 패스는 최전방 공격수인 조재진(3회), 이천수(2회), 설기현(1회) 안정환(1회)쪽으로 날카롭게 연결됐다. 뿐아니라 윙백인 김동진(3회)과 이영표(2회),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1회)에게도 전방위로 연결됐다. 특히 김남일에게 이어진 패스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공격진영으로 연결된 패스였다.
최전방의 조재진으로부터 받은 패스도 5차례. 박지성은 적절히 공수를 조율하며 미드필드를 장악했다.
상대의 집중견제를 받으면서도 박지성은 82%(29회 시도, 24회 성공)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프랑스의 지단(81%)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 수치다.
▲원샷원킬(One-Shot One-Kill)
박지성의 또다른 장점은 일격필살의 저격수라는 점이다. 그는 좀체 득점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지 않아 골 결정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팀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귀신같이 포착하는 능력을 가졌다.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토고전에서도 박지성은 과감한 중앙돌파로 상대 수비수의 깊은 태클을 이끌어내 퇴장을 유도한 바 있다.
이날 박지성에게는 단 한번의 슈팅찬스가 왔다. 바로 동점골로 연결된 찬스다. 앙리는 3개의 슈팅을 날렸고 이 가운데 하나를 성공시켰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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