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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방 부동산시장/ "분양 계약률 30%만 돼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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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방 부동산시장/ "분양 계약률 30%만 돼도 성공"

입력
2006.06.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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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피가 돌지 않으면 죽는 것처럼 지금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동맥경화에 걸린 중환자와 다를 바가 없어요."

16일 대구에서 분양중인 한 건설회사 직원은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은 서울 강남 잡기로 시작된 각종 규제들과 담보대출 강화,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부담 등으로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새 집을 사려던 수요자들이 기존 집을 팔지 못해 구입을 포기하면서 수급 불균형의 악순환이 깊어지고 있다"며 "전반적인 지역 경기 침체에 따른 가계 지출 감소 영향도 지방 부동산 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입주율과 분양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등 침체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말 현재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1만2,228가구로 집계돼 2001년4월(1만2,886가구)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1만2,000가구를 넘어섰다는 19일 건설교통부 통계는 이 같은 실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한 때 호황을 누렸던 부산과 대구 등은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매수세를 찾아보기 어렵다. 갈수록 분양되지 않은 물량이 쌓여 지방 건설 경기를 위태롭게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구의 대치동'으로 불리며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수성구 범어동 일대에서조차 초기 계약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대규모 미달사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1만5,000여 가구가 수성구 일대에서 신규 공급된데 이어 내년까지 이 일대에 1만가구가 추가로 쏟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인해 물량 증대에 따른 시장 침체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때 1억원 안팎의 웃돈이 붙었던 기존 40~50평형대 이상 중대형 평수의 분양권은 최근 3,000만원 이상 빠지기도 했다.

범어동의 K부동산 관계자는 "업체들마다 분양시장에서 고전을 하면서 계약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현장도 있다"며 "(계약률이) 30~40%만 돼도 성공했다는 말이 들리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인 분양권이 매물로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분양을 앞둔 한 건설회사 관계자도 "미분양을 우려해 분양 일정을 미루고 사업을 보류하는 건설회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분양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경우 침체된 지역 경기를 더욱 나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침체를 겪고 있는 곳은 부산지역. 2004년부터 제기돼온 아파트 과다 공급에 대한 우려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데 이어 올들어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부산지역 아파트의 경우 매매거래가 실종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이는 신규로 공급된 아파트 분양권 하락으로 이어지며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부산의 고급 주거지인 해운대구 우동의 경우 지난해 7월 입주한 주상복합아파트 600여 가구 중 절반 가량이 입주를 하지 않아 빈 집으로 남아 있다.

동래구 사직동에 사는 김 모(48)씨는 "4년전 1억8,000만원에 산 아파트를 1억6,000만원에 내놓아도 두 달이 넘도록 팔리지 않고 있다"며 "집이 팔려야 새로 분양 받은 아파트에 입주를 할 수 있는 데, 입주 날짜는 이미 지났고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우동 G공인 관계자는 "기존 집을 팔지 못한 아파트 계약자들이 잔금을 내지 못해 입주를 하지 못한 사례가 상당수에 달한다"며 "조만간 7,400여가구 규모의 정관신도시 분양 물량이 나오는데다 올해 중 7만여가구가 신규 입주 또는 분양될 예정이어서 물량 증대에 따른 가격 하락과 빈집 증가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상호 선임연구위원은 "침체된 지방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서울ㆍ수도권과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동산 규제들을 지방에는 다소 완화하는 등 제도를 차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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