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9일 발표한 '외환은행 매각추진실태' 감사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기 위해 재경부와 금융감독위, 외환은행이 퍼즐처럼 잘 끼워맞춘 거짓말을 하나하나 밝혀내는 과정이었다.
●왜 팔아야 했나
외환은행 매각은2003년 7월 외환은행의 경영상황이 걷잡을수없이 악화되고 있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감독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외환은행에 외자유치가 안됐다면 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2003년 2분기부터 업무이익이 늘고 있었고, 당기순이익 449억원을 기록하는 등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었다.
외환은행 매각의 결정적 이유가 됐던 외환카드의 부실 역시 부도가 날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게 감사원의설명이다.
●론스타 외 대안은 없었나
외환은행 인수자가 왜 론스타였는지에 대한 외환은행의 설명도 거짓이었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2003년 7월 관계기관회의에서 "외자 유치를 위해 10곳의 해외금융기관과 접촉했으나, 관심을 보이는 곳이 론스타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 전 행장이 외자유치를 위해 접촉했다고 주장한 10개 외국 금융기관 가운데 실제로 투자의향을 물어본 곳은 론스타를 포함한 HSBC, 스탠다드차터드 등 3곳 밖에 없었다.
심지어 외환은행은 2003년 6월 중동 두바이은행 대주주가 6,000억원 규모의 투자의사를 먼저 표명했는데도 론스타와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이유로 검토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BIS비율 조작 및 헐값매각
거짓말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조작에서 절정을 이룬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현은행법상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자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만들어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꼼수를 냈다. 그러려면 외환은행의 BIS비율을 8%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당시 금감위는 외환은행의 BIS비율을 8.44~9.14%로 파악한 조사결과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변 전 국장은"어떤 식으로든 인수자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BIS비율을) 낮출 수도 있다"며 사실상 BIS비율 조작을 지시했다.
외환은행은 이에 따라 BIS비율을 6.16%로 짜 맞췄고, 외환은행은 이 수치를 근거로 론스타에 매각됐다. 감사원이 당시 상황을 감안해 BIS비율을 재산정한 결과 8%를 훨씬 웃도는 수치가 나왔다.
헐값매각 의혹도 피할 수 없다. 외환은행은 매각을 앞두고 삼일회계법인에 자산·부채 실사를 맡겼다.
삼일회계법인은 실사결과를 3가지 안으로 나눠 보고했고, 외환은행은 이 가운데 순자산가치가 적게 반영된 안으로 협상에 임했다. 결국 외환은행의 주당협상가격은 적정가보다 1,100원 가량 적은 4,200원선에서 결정됐다.
●남은 의혹
감사원은 재경부와 금감위, 외환은행이 왜 이렇게 상식 밖의 행동을 하면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이정재 전 금감위원장, 청와대 권오규 정책수석 등 '윗선'에 대한 조사결과가 하나 같이 '성과 없음'이었던 점도 공교롭다. 론스타의 불법행위 여부를 규명하는 것도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론스타의 '이헌재 사단'을 통한 대정부 로비의혹 등 수사에 착수하면서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은 관련자들의 진술과 자료를 갖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증거가 분명하지 않은 의혹에 대해서는 밝힐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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