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다면 ‘자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나 실제 선택할 대응의 폭은 넓지 않다는 게 고민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지 말아야 할 의무는 1999년 베를린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선언한데서 비롯된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 1호를 발사하고 나서 미국과 주로 미사일 문제를 다루던 베를린 접촉에서 이 같은 유예조치를 밝혔다. 2002년 북일 정상회담이 채택한 평양선언에서도 발사 유예가 유효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외교적 신사협정 성격이기 때문에 미국이 직접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금지할 국제법적 근거가 그리 확고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북핵 6자회담에서 합의된 ‘베이징 9ㆍ19 공동성명’에서 평양선언이 다시 언급됐으나 그야말로 언급되는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북한은 사거리 300km 이상의 미사일 개발을 규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도 가입하고 있지 않다.
이런 사정이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하고 평화목적의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할 경우 미국의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대포동 2호에 대한 요격설도 나오고 있으나, 궤도를 이탈해 미국에 직접 위해를 가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를 추진하더라도 상황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안보리는 중국, 러시아의 동의가 관건인데 제재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동의를 확보하는 것은 북핵 6자회담에서 합의를 이뤄내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1998년 대포동 1호를 발사했을 때도 미국은 유엔 차원에서의 대응을 모색했으나 안보리 의장 성명을 내는 데 그친 전례가 있다.
유엔 밖에서 동맹국들에 의한 실질적 다자 제재를 추진하는 것도 합의가 쉽지 않다. 북한 미사일에 의한 위협을 강하게 느끼는 일본은 제재에 적극 협조하겠지만, 한국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민간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까지 손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미국의 독자 제재도 가능하지만 이미 금융제재 등이 발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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