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지네딘 지단(34ㆍ레알 마드리드)과 티에리 앙리(29ㆍ아스널)는 물과 기름이었다.
독일 월드컵에서도 골을 합작하지 못하는 지독한 징크스를 이어갔다. 벌써 55경기째이다. 앙리는 97년 A매치에 데뷔한 이후 한국전까지 34골을 넣었지만, 한번도 지단의 어시스트를 받아보지 못하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앙리가 넣은 골은 언제나 지단의 발과는 동떨어졌다. 지난 19일 한국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반9분 앙리의 첫 골은 윌토르의 패스에서 시작됐다.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윌토르가 슛한 것이 한국선수의 발을 맞고 흐르자 앙리가 그대로 밀어넣어 골을 만든 것이다. 전반 내내 지단과 앙리는 따로 놀며 프랑스의 공격진은 추가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1대1, 동점이던 후반 막판에서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지만 징크스를 날리는 데는 실패했다. 후반 40분 지단이 페널티에어리어로 뛰어들어가던 앙리에 절묘하게 찔러 넣어줘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았지만 앙리의 슛은 이운재의 선방에 가로 막혀버렸다. 3분 뒤, 또 한번의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코너킥. 지단이 오른쪽 코너에서 길게 찬 볼이 앙리에게 향했다. 하늘 높이 뜬 앙리는 회심의 헤딩을 날렸지만 골 문을 한 참 벗어나고 말았다.
프랑스의 깊은 고민은 여기에 있다. 세계 최고 공격수 두 명을 데리고도 호흡이 맞지 않아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앙리와 지단은 팀불화의 원천으로 지목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앙리는 공개적으로 “지단이 패스를 하지 않고, 패스를 하더라도 골을 넣을 만큼 잘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둘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한 10년간 이어온 ‘앙리+지단=0’라는 등식은 깨지지 않을 것같다. 게다가 지단이 이번 대회를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고 선언한 만큼 독일월드컵에서 합작골을 터트리지 못하면 기회는 영원히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단은 경고누적으로 토고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이들은 언제쯤 1호 합작골을 터트릴까.
도르트문트(독일)=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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