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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쓰는 월드컵] (5) 길거리 응원과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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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쓰는 월드컵] (5) 길거리 응원과 "빅뱅"

입력
2006.06.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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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예선을 거쳐 16강, 8강, 4강까지 오르자 대한민국은 전국이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국팀을 응원하는 길거리 응원단 규모에 놀란 외국 기자들은 “빅뱅”에 해당되는 세계적인 사건이 터졌다고 보도했다. 추측하건데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도 우리 국민들의 길거리 응원은 또 다시 세계적인 톱뉴스로 장식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 국민들의 길거리 응원이 외국에서는 관광상품으로 개발되었을 정도로 유명해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빅뱅“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커다란 일이 발생하면 빅뱅이라고 할까? 천문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계속 부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이 “팽창 우주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재미있는 상상실험을 할 수 있다. 즉, 시간을 거꾸로 돌려 우주가 태어난 태초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실험을 상상으로 해보는 것이다. 팽창 우주론이 사실이라면 과거로 돌아갈수록 우주는 계속 수축해서 결국 태초가 되면 깨알보다도 작은 크기의 어느 한 점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태초의 우주는 어떠한 상태이었을까? 이 세상을 지배하는 물리학의 에너지 보존법칙에 의하면 에너지는 형태만 달라지는 것으로 우주 전체의 에너지는 크기가 항상 일정해야 한다. 따라서 오늘날 우주 전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깨알보다 작은 크기를 가진 태초의 우주가 똑같은 에너지를 가지려면, 태초의 우주는 엄청나게 큰 밀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무지무지하게 뜨거워야 한다. 현재의 우주 전체가 한 점에 모여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 작은 알갱이의 우주가 대폭발을 일으켜 지금의 우주가 되었다는 것이 “빅뱅이론”이다.

전세계가 놀란 2002한일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길거리 응원참가 인원의 규모를 보자. 예선 1차전에서 약 50만명, 2차전에는 약 77만명, 3차전은 278만명, 16강전은 420만명, 8강전은 480만명, 그리고 준결승은 650만명이었다. 준결승에는 우리나라 인구 1/8이 참가했다. 2002년 월드컵을 직접 관람한 관중 270만명까지 합하면 2,200만 명이 월드컵 기간동안 직접 경기장을 찾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경기장을 찾은 관중 2,500만명과 비슷한 숫자로 세계의 축구팬들은 축구사상 유래 없는 길거리 응원의 규모에 놀란 것이다. 전체인구가 1,000만명이 되지 않는 스웨덴을 비롯한 덴마크, 우루과이, 파라과이, 슬로베니아, 코스타리카, 아일랜드, 크로아티아, 튀니지 등의 월드컵 참가국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길거리 응원단의 사람들 숫자에 모두 질려 버렸다.

독일과의 준결승이 벌어진 날 독일에서도 베를린을 비롯한 대부분의 큰 도시에서는 대형 TV를 설치하여 시민들이 길거리 응원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수는 한국의 길거리 응원 관중 수에 비하면 너무 초라해 비교가 될 수 없었다. 역시 역동적인 한국인의 뜨거운 피만이 길거리 응원과 같은 빅뱅을 일으킬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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