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24일 오전4시(한국시간) 스위스와 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갖는다. 투지와 스피드가 좋은 공통점이 있는 한국과 스위스의 경기는 조별 리그 48경기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승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해당 대회 중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온 전통이 있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2년 만에 본선에 오른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래로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매번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투지를 앞세워 축구 강국들을 상대로 선전했다. 한국은 멕시코월드컵 이후 5차례의 조별 리그 최종전서 1승1무3패(6득점 8실점)를 기록했다. 승패만을 놓고 보면 그저 그렇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무서운 집중력과 승부욕을 보이며 매번 명승부를 펼쳐왔다.
멕시코 월드컵에서 1무1패의 성적을 안은 채 전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와 맞선 한국은 시종 팽팽한 승부를 벌인 끝에 2-3으로 석패했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2패로 16강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맞아 팽팽한 접전을 벌였지만 종료 직전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아깝게 졌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이회택 독일월드컵 축구대표팀 단장은 얼마전 취재진과의 대화 도중 “잡을 수 있는 경기였는데 아깝게 패했다”며 당시의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한국 축구의 매운 맛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체감 온도 40도를 넘는 폭염의 댈러스 코튼볼구장에서 ‘디펜딩 챔피언’을 맞은 태극 전사들은 0-3으로 뒤진 후반 들어 체력이 고갈된 독일을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며 2골을 만회하는 무서운 저력을 보였다. 당시 한국 축구가 보인 무서운 뒷심에 외신들은 ‘5분 만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한국이 대역전승을 거뒀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었다.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대회 도중 감독 경질이라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벨기에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2002년에는 우승 후보 포르투갈을 1-0으로 격파하며 4강 진출 신화의 서막을 열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국 축구의 이런 뒷심에 막혀 최종전 상대가 16강 진출이 좌절된 경우가 두 차례나 된다.
프랑스 월드컵 당시 2무를 안고 한국전에 임한 벨기에는 전반 7분 만에 첫 골을 뽑으며 16강 희망을 부풀렸다. 하지만 한국의 육탄 저지에 막혀 추가골을 뽑지 못하고 후반 26분 유상철에게 동점골을 허용, 16강 진출이 무산됐다. 2002년 포르투갈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후반 25분 박지성에게 왼발 슛을 얻어 맞고 보따리를 싸야 했다. 한국은 당시 무승부만 기록해도 조 1위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라이프치히(독일)=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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