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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훈장님의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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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훈장님의 '러브 스토리'

입력
2006.06.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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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춘향과 이몽룡도 울고 갈 애절한 사랑이 있다. 전북 남원군 지리산 춘향골에 자리한 공안서당. TV사극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상투머리에 긴 수염을 쓰다듬고 다니는 이학규(42)훈장님과 그의 뒷모습만 보아도 얼굴이 붉어지는 아내 김미옥(42)씨가 주인공이다.

남편은 서당 살림에 허리 한 번 펼 새 없이 동분서주하는 아내가 안쓰럽지만, 아내를 좀 도와주려 하면 이내 서당 최고의 어른이자 부친인 이인태(67) 씨의 호령이 들려온다. 예와 체통의 그늘 아래 남편은 속만 끓일 뿐이다.

KBS2 TV가 이들 부부의 청정한 러브스토리를 담은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 5부작 ‘훈장님은 연애중’을 19일부터 5일간 매일 밤 8시55분 방송한다. 3쌍 중 1쌍의 부부가 이혼하는 ‘이혼시대’, 이들 부부의 표현하지 못하는 애타는 사랑이 진정한 부부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17년 전, 도포자락 휘날리며 걸어오는 댕기머리 청년을 만난 이후 아직도 남편만 보면 가슴이 떨린다는 김미옥씨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손수 마름질을 해가며 직접 지은 남편의 옷이 무려 100여벌에 이를 정도로 남편 공경이 깊은 전통적인 아내다.

여필종부를 업으로 삼아 살아오고 있는 김씨는 4년 전 서울 서당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가자는 남편의 말에 아무런 말없이 따라 나서 할아버지와 세 자녀, 서당에서 기거하며 한학을 배우는 수련생 8명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지난해 신장 이식수술로 몸이 약해질 때로 약해졌는데도 버거운 서당 살림에 대한 투정 한 번 하지 않는다.

이런 아내가 안쓰러워 훈장님은 틈틈이 빨래며 설거지를 도와주지만, 안사람과 바깥사람이 하는 일은 따로 있다고 믿는 이인태 할아버지 때문에 이마저도 녹록치가 않다. 아무도 없는 시간, 몰래 아내를 도와주다 들켜 불호령을 맞기를 십수번. 하지만 그럴수록 아내에 대한 훈장님의 마음은 더욱 애틋해질 뿐이다. ‘남녀칠세부동석’을 가르치는 훈장님은 오늘도 아내를 도와 줄 기회만 호시탐탐 엿보며 ‘이중생활’을 도모하고 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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