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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팀 가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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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팀 가이스트

입력
2006.06.1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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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 길이 27인치 이상 28인치 이하, 무게 14온스 이상 16온스 이하, 공기압력 0.6기압 이상 1.1기압 이하. 지구촌을 열광으로 몰아넣는 축구공 규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축구공에 대한 규정은 의외로 간단해 가죽 또는 알맞은 재질의 둥근 모양으로 만들 것과 경기 중 볼이 터지거나 바람이 빠지면 경기를 중단시키고 교체된 볼로 문제가 발생한 지점에서 경기를 재개한다는 것 정도다. 1872년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축구공은 가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기 전에는 가축의 오줌보에 바람을 넣은 공이 사용되었다.

■ 유럽대륙에서 축구가 인기를 끌자 각국이 다투어 연맹을 결성하고 연맹들이 국제적 연합체를 조직, 1904년 FIFA가 탄생했다. FIFA가 축구공에 대한 규정을 느슨하게 만드는 바람에 월드컵 공인구가 나오기 전까지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FIFA 3대 회장인 줄 리메의 제창으로 1930년 제1회 월드컵대회가 우루과이에서 열렸는데 공인구 개념이 없어 각국이 자기 팀에 익숙한 공을 사용하겠다고 주장, 중재에 애를 먹어야 했다. 결국 결승전에서는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두 개의 공을 전ㆍ후반에 나눠 사용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줄 리메의 노력으로 1963년 FIFA 인증 공인구가 처음 등장했고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는 검은색 5각형 12조각과 흰색 육각형 20조각으로 만든 아디다스의 ‘텔스타’가 첫 월드컵 공인구로 채택됐다.

이후 월드컵대회나 올림픽, 유럽선수권대회에서 공인구가 등장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한동안 천연가죽이 외피로 사용되었으나 볼 컨트롤이 잘 되면서 속도도 빠르고, 질기고 방수도 잘 되는 폴리우레탄 소재의 인조가죽으로 대체되었다. 축구공은 모두 1,620회의 바느질이 필요한데 기계화가 불가능해 숙련된 기술자도 하루에 2~3개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 독일월드컵 공인구 ‘팀 가이스트’(Team Geistㆍ팀 정신)는 아디다스가 만들었지만 외피는 우리 중소기업 (주)덕성이 독점 공급했다. 그만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긴데 2002 한일월드컵의 피버노바, 유로2004의 로테이로, 2004 아테네올림픽의 펠리아스도 모두 이 기업이 공급한 외피로 만든 것이다.

2008년 유럽챔피언스리그 공인구 외피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2010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공급을 목표로 새 외피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월드컵은 이래저래 우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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