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엑스맨, 안정환은 수퍼맨?”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면서 한국대표팀 선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포스터 패러디가 네티즌 사이에서 덩달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5일 개봉한 영화 ‘엑스맨 3’를 주제로 한 ‘압박맨’은 제목부터 절묘하다. 한국 축구의 필승 공식인 미드필더에서의 강한 압박축구를 향한 네티즌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영화 주인공 휴 잭맨, 할리 베리 대신에 축구공을 들고 있는 박지성을 앞세우고 이천수와 이영표 선수를 양 옆으로 배치한 포스터는 마치 환상의 삼각편대를 보는 듯해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한국의 승리를 게시판에 아로새겨주마!’ ‘피 터지게 뛰는 거다’라는 다소 투박하면서도 솔직한 영화 카피에는 16강을 향한 절박함까지 묻어나 네티즌들의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박지성 안정환 선수를 수퍼맨으로 패러디한 포스터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월드컵 최강의 영웅 그가 돌아온다!’는 카피 아래에는 귀엽게 웃는 표정의 박지성과 환호하는 모습의 안정환이 주먹을 내밀고 날아가고 있다.
특히 금반지를 낀 주먹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반지의 제왕’ 안정환 선수의 환호하는 모습은 실제 수퍼맨보다 더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또한 ‘6월, 우리는 이래서 박지성을 기다렸다’는 카피는 월드컵 열기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28일로 예정된 영화 ‘수퍼맨 리턴즈’의 개봉과도 맞아 떨어져 보는 이의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을 패러디 한 ‘너는 내 승점’도 네티즌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아드보카트 감독의 미소 짓는 표정이 압권이라는 평가다.
그 밖에 펠레가 지목한 우승후보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펠레의 저주를 영화 ‘아나콘다’에 접목한 ‘아나깬다 2’, ‘왕의 남자’에서 왕의 역을 맡은 장진영의 몸에 해설가 차범근의 얼굴을 합성한 ‘붐의 남자’, 프랑스의 16강 탈락을 카피로 달고 ‘살인의 추억’을 패러디 한 ‘안좋은 추억’, 영화 ‘구타 유발자들’을 패러디해 익살스러운 표정의 임채무를 등장시킨 ‘레드카드 유발자들’ 등 수많은 영화 패러디 포스터가 월드컵 개막 전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월드컵 패러디는 영화 포스터 뿐 아니라 각종 사진에도 등장하고 있다.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입국하는 이을용 선수를 귀순용사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정경호 선수를 맨발의 기봉이로 패러디 한 사진 등이 각종 유머사이트 상위에 랭크돼 많은 네티즌들의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박지성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TV 뉴스에 나왔던 대표팀의 훈련 장면을 하나의 스토리로 묶어 왕따로 고민하던 박지성이 다시 웃게 된다는 내용의 패러디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만화도 패러디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고사성어에 나오는 조삼모사를 주제로 월드컵과 관련한 여러 가지 상황을 빗댄 2컷 짜리 패러디 만화가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 호주-일본전을 소재로 ‘전반에 3골 먹을래, 후반에 3골 먹을래’라고 표현한 내용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패러디는 웃고 즐기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거리응원의 추태를 꼬집은 패러디도 등장했다. 13일 토고전이 끝난 후 일부 시민들이 막무가내로 버스 위에 올라타는 모습과 길거리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 더미 사진을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 가사에 묶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라며 역설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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