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고교학군 조정안은 용역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학군 조정은 지난해 교육부총리가 거론한 이후 정부가 양극화 해소방안의 일환으로 끈질기게 추진해온 것이어서 단순한 시안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 동안 학군 조정이 교육정책의 골격을 바꿀 수도 있는 중대사안임을 지적하고 지극히 신중하도록 당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불쑥 구체적 조정방안을 제시한 것은 이 문제를 지나치게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학군 조정은 대표적 양극화 문제인 서울의 강남·북 간 격차를 교육에서부터 풀어보자는 것이다. 교통환경과 생활권 변화로 인해 조정이 필요한 측면이 있는 것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방향 설정이 잘못돼 있다. 우선 강남·북 간 교육격차는 경제적 불균형의 결과물인데도 본말이 전도된 무리한 문제해결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균형 개선을 위해선 낙후된 쪽을 키워 균형을 맞춰야 하는 법인데 이에 대한 노력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경제력 격차를 단기에 해소하는 일은 어렵더라도 당장 교사교류시스템을 바꿔 강북에 우수교사를 집중배치하고, 교육여건 개선을 통해 강남지역 사교육 효과를 강북지역 공교육에서 상당부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교육적 측면에서의 불균형 개선방안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자립형사립고 등의 유치를 통해 양질의 교육환경 확대를 꾀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현 상태에서 단순히 양 지역 학생들을 섞어 보겠다는 학군 조정은 학생들 사이에 없던 갈등을 유발하고, 강남·북 주민 간 감정의 골을 더 깊게 할 수도 있다.
이른바 강남 입시명문고 선호도가 더 높아져 현 정부가 그토록 집착하는 교육평준화에 거스르는 현상이 나타날 위험성도 높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 신중한 접근과 함께 문제를 원칙에서부터 풀어나가는 거시적 시각을 재차 교육당국에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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