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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월드컵 도박' 패가망신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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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월드컵 도박' 패가망신 속출

입력
2006.06.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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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때문에 당신의 인생을 망치지 마세요.”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그에 따른 반발과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국민들에게 월드컵 내기도박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훈센 총리는 “공은 둥글기 때문에, 누구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면서 “월드컵 내기도박에 가축과 오토바이, 자동차, 심지어 집과 땅까지 거는 사람들은 정말 어리석다”고 경고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월드컵 개막 이후 불법도박이 기승을 부려 가산을 탕진하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한 자살이나 살인 등 심각한 사회문제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태국의 대표적 휴양지 파타야에서는 월드컵 중계방송을 시청소란으로 시비가 붙어 2명이 총에 맞아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내 인근 한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가나 전을 시청하던 사람들이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자,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30대 남자가 조용한 식사에 방해가 된다며 총을 꺼내 이들 중 2명을 살해해 태국 경찰이 범인 검거에 나섰다.

과열된 월드컵 분위기를 경계하고, 부작용을 막아보려는 아이디어도 속속 나오고 있다. 보스니아에서는 과도한 월드컵 열기 때문에 집에 머물 수 없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해 극장을 피난처로 제공하기로 했다. 보스니아 극장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 동안 피난처가 필요한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해 로맨틱 영화와 만화 영화 등을 무료로 상영할 예정”이라며 “남편들도 아내와 아이가 집에 없으면 더욱 편하게 월드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안티-월드컵’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프랑스 전이 열리는 19일 새벽 시청 앞 광장에서의 대규모 길거리 응원전에 맞서 안티-월드컵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월드컵 열기가 우리보다 더 한 독일과 영국 등에서도 ‘월드컵-프리존’을 표방한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 열풍이란 대세를 거스르기엔 역부족. AP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한 호텔에서는 월드컵 기간동안 온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피난상품을 출시했지만, 지금까지 이 상품을 구매한 여성은 2명에 그치고 있다. 통신은 “유럽에서 ‘월드컵-프리’를 선언한 업체들이 엄청난 월드컵 열기에 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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