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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김근태 '불안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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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김근태 '불안한 동거'

입력
2006.06.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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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당청의 불안한 동거’니 ‘결별로 가는 불협화음’이라는 말이 끊이질 않고 나온다.

그 단적인 예가 노 대통령의 국회 연설 추진과 갑작스러운 취소 과정.

노 대통령의 국회 연설 일정이 확정됐을 때 당에선 “민심과 동떨어진 언급이 나오면 안 되는데…”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방선거 참패 직후 노 대통령이 “선거 결과가 중요한 건 아니다”,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는 발언을 한데 대한 불만도 깔려 있었다. 김 의장이 14일 축하 인사차 예방한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보좌하는 분들이 각별히 신경 좀 써야 할 것 같다”는 지적을 했고, 당 일각에서는 이를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우려의 전달’로 보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 취소된 뒤엔 당에서 또 다른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오해를 무릅쓰고 사학법 재개정을 진지하게 검토한다는 합의문까지 만들어가며 국회 연설을 뒷받침했는데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는 것이다. 한 재선의원은 “청와대가 여야 합의를 취소 이유로 제시했지만 부동산정책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당의 흐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 동안 여당의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당청간에 일시적으로나마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됐다. 그러나 김 의장 취임 이후엔 그런 밀월도 찾아보기 힘들다. 노 대통령과 신임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은 기약조차 없고, 노 대통령과 김 의장 사이에선 흔한 전화통화 한번 없었다. 2002년 대선 때 불편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핵심현안으로 들어가면 당청간 입장 차이는 심각하다. 당은 청와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동산정책과 한미 FTA 협상, 대북 송전사업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수정을 요구하거나 예산 심의과정에서 제동을 걸고 있다.

여기에는 김 의장의 의중이 강하게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야파 의원은 2004년 분양원가 공개 논란 당시의 계급장 발언, 복지부 장관 재임 당시 국민연금기금 활용처를 둘러싼 갈등을 예로 들며 “김 의장은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노선이 함축된 주요 정책에서만큼은 물러서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장은 16일 광주 방문에서는 “노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하고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의하는 바람에 호남민심이 이반했다”는 취지의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런 긴장의 원인을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 vs ‘정권 재창출’간 대립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정치혁명과 경제 체질 개선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우리당은 민심을 수용한 정책을 통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양측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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