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과 조총련의 극적인 화해를 둘러싸고 민단 내부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충분한 논의 없이 화해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하병옥(河丙鈺) 단장 등 집행부에 대한 진퇴 문제로 비화하는 등 사태는 혼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15일 도쿄(東京) 민단 중앙본부에서 열린 민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은 집행부를 맹렬하게 성토했다. 집행부가 사전에 충분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화해를 결정해 지방 본부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도쿄 지방본부 관계자는 민단과 조총련이 발표한 합의사항 중 하나인 ‘8ㆍ15 기념행사 공동주최’에 대해 “지부의 반발이 거세 이런 상황에서는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8ㆍ15 행사 공동 개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단 관계자는“현 상황에서는 공동개최를 사실상 중지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민단은 최근 조총련과의 또 다른 합의 사항인 6ㆍ15 민족통일대축전 참가도 내부 반발 때문에 포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5명의 민단 부단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적성 단체인 한통련의 간부를 집행부에 포함시킨 것을 포함, 조직 혼란을 초래한 일련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하 단장은 2월 취임 이후 부단장 2명과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의 한통련 간부 출신을 집행부로 영입해 논란을 일으켰다.
12일 전국 단장 및 산하 단체장 연석회의에서는 훨씬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참석자들의 과반수가 지도부 교체를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이번 사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지도부 교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민단 규정상 지도부 교체는 중앙 대의원의 3분의 1 이상의 제안으로 발의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지도부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교체론은 잠복해 있을 전망이다.
‘동포간의 화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하 단장은 지난달 17일 조총련 중앙본부를 전격 방문, 조총련과의 화해를 선언했다. 그는 그러나 조총련과의 화해를 위해 사전 설명 없이 탈북자 지원을 중단하는 등 강경 일변도로 화해작업을 추진해 민단 내부의 반발을 샀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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