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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광명성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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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광명성 1호

입력
2006.06.1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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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8월 31일 낮 12시 7분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시커멓고 긴 로켓이 꽁지에서 불을 뿜으며 발사대에서 86도 각도로 치솟아 올랐다. 정찰위성을 통해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대 주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미국과 한국, 일본은 그 직후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이 발사체가 사거리 1,600㎞의 2단형 탄도미사일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전혀 다른 궤도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과는 달리 2단계 추진체가 자신들의 머리 위를 지나 태평양에 떨어진 사실을 놓쳤던 일본의 충격은 한층 더했다.

▦ 그로부터 5일 뒤인 9월 4일 북한 관영 중앙통신은 "우리는 다계단 운반로켓으로 첫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3계단 로켓 중 1계단은 발사 95초 만에 분리돼 발사장으로부터 253㎞ 지점 동해 상에 떨어졌고 2계단은 266초 만에 분리돼 1,646㎞ 지점의 태평양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3계단은 분리 27초 만에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중앙통신은 이 '광명성 1호' 위성이 지구로부터 최단 218.82㎞, 최장 6,978.2㎞의 타원궤도를 165분 6초 주기로 돌고 있으며 김일성 장군의 노래 등을 모르스 부호 27㎒로 전송하고 있다고도 했다.

▦ 중앙통신의 이 같은 보도는 또 한번 지구촌을 혼란에 빠뜨렸다. 한 미 일의 관계기관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댔다. 미국의 일부 기관이 인공위성 발사를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미사일 발사 비난을 면해 보려는 북측의 기만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첨단장비를 갖췄다는 미국은 발사 15일 만에야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이 아주 소형의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나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 언론매체들은 광명성 1호가 9월 13일 100번째 지구를 돌았으며 10월 3일 새벽 수많은 사람들이 평양 상공을 지나가는 광명성 1호를 목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군사적으로 미사일이냐 위성이냐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대륙간 탄도탄을 쏘아올릴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 입증이다.

이는 대외협상력으로서뿐만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 공식 출범을 앞두고 '강성대국'의 이미지를 띄우려는 대내적 의미가 컸다. 북한이 또 무수단리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대북 압박책으로 일관하는 미국에 대한 시위로 보이지만 자칫 자책골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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