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이란간에 싸움을 붙여야 한다.’
이라크 알 카에다의 1인자였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폭사하기 전 미군의 압박에 대항하기 위해 세웠던 생존전략의 핵심적 대목이다. 이라크 알 카에다의 위축된‘현재 상태’는 무와파크 알 루바이에 이라크 국가안보 고문이 15일 자르카위 제거 때 그의 은신처 등에서 확보한 컴퓨터 기록 및 각종 문건에 포함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드러났다.
루바이에 고문은 “이는 이라크 알 카에다에 종말을 고하는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우리는 지금 알 카에다를 파괴하고 끝장내기 위해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말해 자르카위 관련 정보를 실전에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루바이에 고문이 영어로 번역,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이라크 알 카에다는 “미군에게는 도움이 되고 저항세력에게는 해가 되는 시간이 시작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알 카에다 전투원에 대한 대규모 검거 작전, 미군에 의해 훈련된 이라크 보안군 증강, 봉쇄에 따른 혹독한 자금 압박, 미군측의 미디어 활용 성과 등이 열거돼 있다. 저항세력 내 위계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공격작전이 위험에 빠짐으로써 저항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라크 알 카에다의 정세인식에 포함돼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라크 알 카에다는 많은 대리전이 필요하다고 전제, “대리전 중 최상의 것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 촉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라크 알 카에다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수니파와 저항세력에 많은 혜택을 주는데, 그 중에는 전쟁 중에, 또는 이란이 패하더라도 이란으로부터 새로운 무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포함된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촉발하는 방안으로는 우선 “이란의 위험성을 과장하는 일이 필요하며 미국으로 하여금 이란이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는 점이 제시됐다. 세부적으로는 미국 이해 위협, 인질 납치 및 살해 등을 이란에 연계시키고 이란이 핵ㆍ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이란 수니파의 지문이 묻은 폭탄을 이용해 테러를 가하는 방안까지 열거돼 있다.
이라크 알 카에다는 또 미국과 이라크 시아파간의 관계를 와해시키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과 이라크 시아파 사이에 분쟁을 야기함으로써 양측의 협력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동맹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르카위는 2004년 미군과 반미 성향의 이라크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 추종자들간 충돌을 예로 들기도 했다.
루바이에가 공개한 문건과 관련, AP 통신은 이라크 알 카에다의 서류가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전하고 있다. 이 서류의 진위 여부와는 별도로 미군은 자르카위 제거 이후 15일 현재까지 모두 452차례의 공격을 감행, 104명을 사살하고 759명을 체포한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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