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농민조직인 농협중앙회가 중대한 변화와 시련에 직면했다. 한국 농업의 사활이 걸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숨가쁘게 진행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대수술하는 신용과 경제사업 분리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농협의 해묵은 과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신ㆍ경(信ㆍ經)분리는 농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정 농협법에 따라 6월말까지 농협이 분리안을 만들어 농림부에 제출해야 한다. 어제 농협은 분리에 7조 6,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경제사업을 먼저 활성화한 뒤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용역안을 공개했다.
조합원 240만 명, 자산 288조 원의 거대조직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교육 및 지원사업이 한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 바람에 전문성과 투명성에 문제가 생기고, 지방 단위농협이 농민을 위한 사업보다 은행업무에 치중하는 부작용을 낳아 왔다. 분리의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신용사업에서 남는 이익으로 경제사업의 적자를 보전해온 시스템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과제다.
지난해 농협은 신용사업에서 거둔 1조 5,000억원 가운데 4,700억원을 경제사업 적자를 메우는 데 썼다. 이런 지원시스템은 지주회사 배당금 방식 등 보완책을 마련하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이를 전제로 분리는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더 심각한 현안은 이 중요한 시기에 사령탑이 비어 있다는 사실이다. 정대근 회장은 양재동 사옥을 현대자동차에 싸게 매각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농업계 수장이 부도덕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도 충격이지만 경영 공백이 당장 걱정이다.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회장직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농업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한미 FTA협상 등 산적한 현안이 쌓여 있는 와중이라 회장 부재의 공백은 더 크다. 농협이 이런 어려움을 뚫고 과감한 자기개혁으로 농민을 위한 조직, 한국 농업의 진정한 견인차로 거듭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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